미국에서 커리큘럼 등 공학교육을 인증하는 기관(ABET: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 Technology)이 설립된 것은 지난 1932년. 공학교육 프로그램의 인증을 담당하는 미국내 유일한 기관이다. 산하에 공학인증위원회(EAC), 기술인증위원회(TAC), 유관기관인증회 등 3개 위원회를 두고 인증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공과대의 95%가 이 인증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물론 교수진 시설 교육의지 등도 함께 인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강의가 모니터링된다는 점에서 교수들의 부담이 매우 컸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공대교육 교과과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공대는 정부의 허가나 규제가 아닌 시장에서의 인증을 통해 지금의 경쟁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김병식 동국대 공대학장은 "ABET가 지난 70년동안 미국대학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시킴으로써 미국 공학교육을 세계 최고로 이끄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인증제 도입 초기 스탠퍼드나 MIT 등은 자존심 때문에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계 요구에 부응한다는 교육시장의 대세를 끝까지 거스르지 못했다. 처음엔 마지못해 도입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미국은 공학교육 인증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공학교육위원회는 2000년 11개 EC(Engineering Criterion)를 발표하고 나섰다. 단편적 공학지식으로는 충분치 못하고 지식을 종합할 수 있는 창의적 설계능력, 즉 분야별 학제간 토털시스템을 구축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추세를 반영했다. 이것은 2001년부터 공학교육 인증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이런 인증제는 기업의 수요를 교육목표와 교과과정에 반영하는 '수요자중심 공학교육'을 유도해 냈다는 평가다. 그리고 지금은 국제적으로 엔지니어를 인증받아야 통용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워싱턴 협정이다. 이것은 미국이 주도해 1989년 기술사의 상호인정을 위한 첫걸음으로 우선 그 자격 요건의 하나인 공학계열 졸업자격을 상호 인정하는 협정이다. 영국 캐나다 등 현재 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공대 교육프로그램은 더 이상 국내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경쟁과 인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