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반노(反盧) 세력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론이 구체화되면서 이한동(李漢東) 전총리와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의원 등 제3세력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신당 참여 여부가 신당의 성격과 가능성 및 파괴력을 규정지을 수 있는주요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3세력은 선뜻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친노-반노 진영간 대립, 민주당내 신당 동참 규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거취 등 유동성이 적지않은 정치 역학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당장 정치 행보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 누구도 독자적으론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신당과의 관계설정에 나설 시점을 본격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 전총리의 경우 신당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박 의원도 `비(非) 노무현' 신당에 대해선 가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제3세력의 신당행이 점쳐진다. ◇이한동 = 향후 정치 행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고, 그 선택 카드로 민주당과 자민련, 제3세력이 합쳐진 '3자(者) 신당' 쪽으로 기울고 있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 전 총리 주변에선 한나라당 탈당과 자민련 입당, `DJP 공동정권' 총리직 수행 등의 전력과 함께 보수 성향과 정치개혁 의지 등 이념적인 측면에서도 '3자신당'에 기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측근들은 "제3세력만의 신당을 추진하는 모험을 감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토로한다. 정치적 기반을 확보한 중심세력을 포함하는 신당이 대선에서 승산을 가질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3일 용평리조트에서 민주당 및 자민련 인사들과 회동, 신당창당에 대해 상당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보는 "당적은갖되 민주당과 자민련 등 특정 정당에는 가지 않겠다"고 한 그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민주당 내에서 `이한동 카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승부를 겨뤄볼 자신감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그가 총리 퇴임 기자회견에서 피력했던 '꿈'이 '대통령'이라는 점도 점차 뚜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이 전 총리측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박근혜 의원이 '3자 신당'에 참여할 경우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리의 기반인 보수세력을 결집하면서 노 후보의 불안정한 이미지와 이 전 총리의 안정적 이미지를 대비시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인사 검증에 들어가면 `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내심으론 이들이 `3자 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경선보다는 추대를 통한신당후보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정몽준 = 미국방문을 마치고 8일 오후 귀국한 이후 휴가기간을 통해 향후 정치 행보를 숙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최근 "정치는 설득과 협상의 과정"이라며 "나를 필요로 하는 정치세력이 있으면 나를 설득하려 할 것이고, 나도 소신이 있는 만큼 내가 나서서 설득할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제(諸) 정치세력과의 연대 모색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중을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경우 노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재경선에 대한 정 의원의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노 후보를 배제한 세결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방미중 대선출마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리처드 홀브룩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말을 전하면서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심중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민주당의 향후 내부 움직임을 봐가며, 친노.반노세력이 `딴 살림'을 차릴 경우 반노 대열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의원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나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反) 이회창, 비(非) 노무현' 신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근혜 =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적극 옹호하고 있어 조건만 성사되면 신당행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의원은 "이쪽이 싫으면 저쪽을 선택해야 하는 정치구도가 정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과 이념에 따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고 정계개편을주장했다. 실제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인사와 접촉한 사실을 공개했다. 신당 창당을 놓고사전 물밑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인사 접촉과 관련, "상황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그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현 대선구도를 지목했으리라는 추론이 적지 않다. 박 의원은 그동안 "노 후보와는 너무 다르다. 당을 같이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 왔었다. 이런 사정에 따라 박 의원이 접촉한 민주당 인사는 반노 진영일가능성이 높고 `비(非) 노무현' 신당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박 의원이 "신당 창당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획기적인 변신을 하지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나아가 "정치 대개편의 흐름속에서 선택의 폭은 넓을 것이고 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를 하려는 신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 노무현'신당에 대한 동참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추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