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저성장이 인플레보다 미 경제를 더 위협하는 요소라는 쪽으로 위험평가 지침을 변경할지 모른다고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이 6일(이하 현지시간) 전망했다. FRB는 앞서 3월의 FOMC에서 지난 15개월간 유지해온 지침을 바꿔 저성장보다는 인플레가 경제에 더 타격을 가하는 요소라는 쪽으로 기조를 바꾼 바 있다. FRB는 이후 `성장과 인플레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들 전문가는 FRB가 이처럼 위험평가 지침을 바꾼 후 지금까지 미 증시의 주식시가총액이 3조2천억달러 상당 빠진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FRB가 이같은 `부의 증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는 13일의 FOMC 회동에서 금리를 내릴지 아니면 유지할지를 두고 여전히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FRB는 지난해 11차례에서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내려 현재 1.75%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금융정보 전문 서비스인 블룸버그가 FRB의 국채 입찰에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딜러(PD) 2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개사는 오는 13일의 FOMC에서 위험 평가의 비중을 인플레에서 저성장 쪽으로 선회하는 조치가 취해질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먼 브라더스의 스테픈 슬리퍼는 "증시가 FRB에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면서 "그것은 `금리를 더 내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조만간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리먼 브라더스측 견해에는 골드만 삭스, 도이체방크 증권사, 드레스너 클라인워스 바세르슈타인 증권사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FRB가 금리를 0.5-1.0%포인트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 증권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레슬러는 미 증시 가치를 가장 광범위하게 가늠하는 기준인 윌샤이어 5000을 근거로 "미 증시의 주식시가총액이 지난 3월 이후약 3조2천억달러 빠졌음"을 상기시키면서 "FRB가 이런 `부의 증발'을 묵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PD들이 FRB의 금리 동향을 가늠하는데 핵심적인 척도로 사용하는 2년짜리미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3월 이후 1.48%포인트 떨어져 2.06%를 기록했다. 6일 반등하기는 했으나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7월중 지난 5년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나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9개월사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물가안정보다는 성장촉진이 먼저'란 판단의 설득력을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레슬러는 그러나 FRB가 내주 위험평가 지침을 바꿀 것이기는 하나 연내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FRB가 위험평가 지침을 바꿀 경우 "실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투자자들을 더 우려하게 만들어 가뜩이나 발이 묶인 성장에 또다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HSBC 증권의 이언 모리스는 "FRB가 지침을 바꿀 경우 대규모 `팔자'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FRB가 올해는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증시 소요와 소비자신뢰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미약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FRB가 위험평가 지침을 바꿀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ABN 암로의 스티븐 리치우토는 "(성장이) 미약하다고는 하나 (FRB가 위험평가지침을) 바꿔야할만큼 실질적으로 충분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금리가 올해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내년 1.4분기중 연방기금 금리를 오히려 2%로 올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없다.미국의 인플레가 지난 6월까지의 12개월간 1.1%를 유지해 지난 1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음을 이들은 상기시켰다. 토론토 소재 CIBC 월드 마켓의 아버리 센펠드는 "FRB가 지금은 인플레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성장이 미흡하기는 하나 인플레는 앞으로도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FRB가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