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e메일 박스엔 낯뜨거운 성인광고 등 달갑잖은 스팸메일들이 쌓이고,휴대폰에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 및 음성메시지로 그득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누군가가 내 카드번호 예금통장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해킹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싹해진다. 실제 이러한 해킹사건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증권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 사람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사이버증권거래용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불법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핵심기술이 해커들에게 노출돼 곤욕을 치른 적도 여러번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가 2천6백만명에 이르면서 해킹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다. 해킹사고는 3년전 1백58건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만도 3천건에 육박했다고 한다. 게다가 보안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제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우려해 정부는 최근 '중장기 정보보호 기본계획'을 마련,시행에 들어갔으나 그 효과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의 경우는 국가안보차원에서 해킹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 사이버테러공격을 당한다면 즉각 군사적인 보복에 나서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국방시설은 물론이고 국가기반인 금융 전력 교통 등의 모든 디지털기기가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돼 있는 현실에서 이 시설들이 사이버테러를 당한다면 그 피해는 무력전쟁 이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미 하원은 며칠전 국가 기간시설을 마비시키는 악성 컴퓨터해커를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안보 강화법(CSEA)'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네트워크에서 범죄로 의심되는 행위가 일어나면 경찰에 신고토록 하는 의무조항도 두었다. 초고속 네트워크 시대,지식기반사회에서 해커방지를 위한 정보보안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칫 보안을 소홀히 하다간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경쟁력과 귀중한 정보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보안없는 지식기반사회는 대문은 있되 담장이 없는 집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