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6일 저녁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김태식(金台植) 조부영(趙富英) 부의장 등 16대 국회 후반기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은 김 대통령이 새 의장단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의례적인 자리였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과 야당출신 국회의장이 대좌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행정수반인 김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이래 정치 불관여 입장을 고수한 채 국정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 과반수를 육박하는 한나라당 출신 입법부 수장과 처음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는 의미도 부여됐다. 2시간 20분 가량 이뤄진 만찬에서 김 대통령과 의장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경제 4강'과 국운상승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배석한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관련, "여야 정당간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생존의 문제이므로 확고한 안보를 유지하면서 남북간의 전쟁을 막고 가능한 한 서로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그런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월드컵은 우리 국민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출시키고 사고방식의 일대 전환을 가져온 계기였다"면서 "정치권도 이제 훌륭한 의장과 부의장들이 나오셨으니 앞날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남북관계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국민의 동의 위에 진행되야 하고 전쟁을 막고 평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데 대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면서"정상회담의 정례화가 남북관계 문제해결의 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장은 "대통령께서 예산국회가 열리는 시점에 국회에 오셔서 연설할기회를 가지면 국민도 좋아할 것"이라면서 "시정연설을 해주시기를 정중하게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의장의 말씀이니 깊이 생각해서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변하는 등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이뤄졌다. 만찬에는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과 조순용(趙淳容)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최이락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