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을 둘러싸고 시장과 정부간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180원에 대한 강한 방어의지를 피력한 정부와 대외여건, 수급 등을 감안하고 있는 시장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돼 있는 셈. 시장은 여전히 하락 추세가 지속될 만 한 제반 여건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추세가 뉴욕 증시의 하락과 맞물려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업체들이 물량 공급의지도 여전하다. 수요요인의 불충분으로 수급상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환율 상승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특히 특정통화(엔화)와의 상관관계를 희석시키고 원화의 추가 절상이 경제회복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정부 개입의 지속여부와 강도가 계속 주목꺼리다. 이번주 환율( 7. 15∼ 7. 19)은 전 저점에 대한 경신 테스트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개입이 강력하다는 점에서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락 추세를 진압시키고 달러/엔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 의지가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하락 관성을 계속 이어갈 지 시장은 일단 위아래로 열린 흐름이다. 힘의 균형이 팽팽하다면 환율은 휴가철을 감안한 횡보장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박스권을 형성하는 단계가 된다는 것. ◆ 추세 지속, 반등 제한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68.80원, 고점은 1,189.87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71.50원, 고점인 1,200.40원에서 추가로 하향한 것.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전 저점(1,171.50원)을 겨냥해 '1,170원'을 신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11명으로 압도적이었으며 '1,160∼1,165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점이 3명이었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172원'을 하향의 한계로 지목했다. 위쪽으로는 11명의 딜러가 '1,190원'이 반등의 한계로, 이어 3명의 딜러가 '1,187∼1,188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수 1명이 '1,195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환율은 주초 예상외로 강한 급락세를 연출했다. 미국 기업의 거듭된 회계부정 의혹 스캔들로 야기된 뉴욕 증시와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시장을 지배하면 연일 10원단위로 급락, 지난 11일 장중 1,171.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개월 최저치까지 급락했던 셈. 그러나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환율의 절대수준과 엔화 외에 위안화 변수가 부각되면서 정부가 강한 직간접 개입에 나섰다. 이에 따라 5,000억원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발행과 국책은행 등의 정책성 매수로 환율은 1,180원대를 회복, 1,182.8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 정부, 개입강도 주목 = 시장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시장에 전파됐으나 과연 이같은 의지를 지속시킬만한 실탄이 마련돼 있고 달러/엔과 디커플링(차별화)에 나설 수 있을 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 일방적인 달러매도(숏)심리는 다소간 진정된 가운데 달러/엔과 개입 변수가 시장의 시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주 특정 통화(엔화)와 연계된 과도한 환율하락이 불편함을 주입시켜 원-엔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내비쳤다. 단기적으로 정부에 대항할만한 세력이 없으며 1,170원 밑은 절대수준상 허용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주 금요일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10원 위로 올라섰다. 원화와 엔화간의 연결고리가 한결 느슨해진 것. 홍승모 NAB 딜러는 "외평채 발행분도 지난달 개입에 따른 후행성이 아니고 자금준비를 충분히 한 뒤 5,000억원을 고스란히 투입했다"며 "또 시중포지션이 달러매도초과(숏)으로 바뀌었을 때 타이밍을 잡고 물량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박시완 우리은행 딜러는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서 심리적으로 달러파는 것을 주저하게끔 만들었다"며 "이번주 바닥은 개입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며 전 저점인 1,171.50원에 대한 테스트도 이와 연관돼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금요일 SK(주)와 SK글로벌이 SK텔레콤 지분을 해외 주식예탁증서(DR), 교환사채(EB) 등으로 매각을 추진, 17억달러 가량의 대금이 7월말까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와관련, 정부는 시장 중립적으로 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바 있어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원화 충당여부와 계속 물량 흡수를 통해 환율 하락을 막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란 점에서 좀 더 정부 의지와 개입 강도를 지켜보겠다는 의사도 만만치 않다. 일단 트렌드를 바꾸지 못하면 원 위치할 가능성도 크고 달러보유업체의 투매심리가 확실히 진정되고 결제수요가 나와야 정부의 의도가 충분히 먹힐 수 있게된다. ◆ 달러/엔 추가 하락 여지 = 미국 달러화는 추가 약세의 가능성이 한 층 짙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9.11테러이후 낙폭이 가장 컸고 미국 기업 수익과 회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달러화에 영향을 가할 전망이다. 지난주말 뉴욕 증시의 하락과 경제지표의 악화로 달러/엔은 9개월 최저치인 119.84엔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달러/엔의 115엔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도 115엔대에서나 들어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영향으로 달러/엔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영향도 있으나 달러/원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을 보면서 업체들이 네고물량의 공급을 조절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 업체들은 일단 당국의 강한 개입이 있었던 만큼 추가 반등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종수 외환은행 딜러는 "국제적인 달러 약세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강세 전환이 힘들 것"이라며 "원-엔간의 속도는 달라지겠지만 정부도 1,180원대 이상은 반등은 어렵다고 보고 강한 개입이 어렵게 되면 완만하게 달러/원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달러/엔도 현 레벨에서는 경계감이 강해 크게 아래쪽으로 밀고 내리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개입 시점에 거의 도달했고 일부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개입이 115.80엔선에서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BOJ)은 달러/엔 하락 과정인 5월 22일부터 6월 하순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달러매입의 시장개입을 단행, 지난해 9.11 테러직후 투입된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주말 달러/엔이 125∼130엔 정도가 "일본 경제로서 바람직한 수준이고 그래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