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가 2일 오는 8.8 재보선에서 마산 합포에 출마,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꿈을 접었다. 현철씨의 출마 문제는 단순히 본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김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풀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정치권에서는 현철씨의 불출마선언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당초 현철씨가 3-4개월전부터 마산을 자주 찾으며 '부활'을 꿈꿀 때부터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고, 올들어 대통령 아들의 비리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가운데 현철씨의 재보선 출마가 알려지며 반대여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또 YS가 지방선거후 상도동을 찾은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에게 현철씨의 공천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이 더욱 거세진 것도 YS나 현철씨의입지를 더욱 좁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출마고수"를 외치던 현철씨가 뜻을 접은 것은 부친인 YS의 반대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상도동측의 설명이다. 한때 현철씨에 대한 간접지원을 검토했던 YS는 이후 측근들의 반대의견이 워낙 완고한데다 한나라당에서도 공천이 어렵다는 완곡한 입장을 거듭 전해옴에 따라 지난달 하순 출마불가의 뜻을 정하고 현철씨 설득에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동 관계자는 "YS가 현철씨의 출마를 만류했지만 끝까지 고집했던 것으로 안다"며 "결국 YS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나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 등측근들에게 `절대 현철이를 돕지 말라'며 접근차단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현철씨가 낙선할 경우 현철씨 본인뿐 아니라 YS자신까지 '동반몰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철씨도 이날 마산 사보이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한 나머지 만류해 결국 이틀전 출마포기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철씨의 마산 합포 출마문제로 곤혹스러워하던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입장표명을 삼가면서도 내심 "더이상 확대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현철씨의 불출마 선언을 보고 받고 "우리가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주변 여론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했고 다른 당직자는 "현철씨가 17대 총선 출마를 노리겠지만 사실상 그때 가도 상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현철씨도 "한나라당이 6.13 지방선거 전에 저에게공천제의를 하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정치상황이 바뀌자 돌연 불공천 쪽으로 선회하는 등 신뢰를 저버렸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앞으로도 한나라당과 상도동간의관계가 결코 좋을리가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