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그러나 희망은 남아 있다.' 일본 기업들과 언론은 일본 대표팀이 선전, 월드컵 특수가 그런 대로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소매업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나 줄어든 상황에서도 고기능 대형TV 등 월드컵과 관련된 상품은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전기대형점협회에 따르면 37개 전자양판점의 지난 5월 TV 판매액은 작년 동기대비 38% 급증한 1백55억9천만엔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TV 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감안한다면 TV 매출 증가는 오로지 이번 월드컵의 최대수혜 상품으로 꼽히는 고기능 대형 TV의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굴지의 덴쓰종합연구소는 대회 개막 전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팀이 예선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1조7천4백억엔 상당의 소비지출 파급 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다 일본이 16강 진출에 성공, 추가로 1천2백억엔 상당의 경기부양 효과를 얻었다는게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회가 끝나더라도 월드컵 열기를 마케팅 활동에 최대한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크게 보아 세가지로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첫째 전자 메이커들의 경우 고기능 대형 TV 등 대회기간중 뛰어난 제품력을 인정받은 상품들의 신규 판로 확장에 적극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형 액정화면 TV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는 값이 대당 50만~60만엔을 호가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저했지만 메이커들은 월드컵을 계기로 대중화의 길이 본격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재팬의 방상원 상무는 "이달 말부터 시판에 들어갈 40인치 액정화면 TV는 시장성을 밝게 본 전자양판점들로부터 일찌감치 공급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 데이비드 베컴 등 해외 유명선수들을 앞세운 패션, 미용, 출판 시장의 인기몰이와 함께 축구를 소재로 한 소프트웨어 등 게임 업체의 신규 수요 개척 활동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잉글랜드가 브라질에 패해 돌아갔지만 일본 출판계는 베컴 관련 서적과 그를 표지 모델로 다룬 잡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과 전문가들이 잠재적 대형 호재로 꼽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 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국민들의 다이내믹한 응원 열기가 일본인들을 감동시킴에 따라 한국 상품의 이미지 향상은 물론 한국을 직접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에서 비롯된 양국간 마찰로 올해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작년보다 4만명 늘어난 2백41만명을 올해 유치 목표로 잡고 있지만 지난 5월까지의 실적은 오히려 8% 이상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한국이 4강 신화를 창조하고 한국 응원에 동참하는 일본 팬들이 줄을 이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희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JTB 등 일본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 방문 관광객 유치활동을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방문지역도 서울 중심이 아닌 10개 대회 개최지로 다변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얼어붙어 있던 일본 내수시장도 월드컵 열기로 다소 온기를 찾았지만 한국 관광이야말로 월드컵을 계기로 상반기의 침체를 벗어나 앞으로 일본인 해외여행의 키 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