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post) 고건 체제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서울시가 고건 현 시장이 닦아 놓은 행정 기틀을 차기에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11일 시는 재건축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는 개포지구의 용적률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지방 선거 후로 미룰 수도 있었지만 실무자들 사이에 '차기시장 결정 전에 틀을 짜놔야 안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개포지구는 시와 주민들이 재건축 용적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다른 대규모 재건축 추진 지역에 미치는 파장이 큰 곳. 시가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 선거 판세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을 정도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도 시는 이날 개포지구 아파트 32개 단지의 평균 용적률을 주민들이 요구한 수준(최소 2백50%)보다 훨씬 낮은 2백% 이하로 확정하는 용단을 내렸다.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등에서 시장 후보들에게 용적률 상향 조정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터였다. 시 공무원들은 차기 시장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무계획한 난개발 및 고밀도 개발 억제'라는 도시계획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눈치가 역력하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원칙을 교과서적으로 집행, 무더기로 '재건축 비토'를 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는 또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 시장 임기 중에 추모공원 사업을 확정지었다. 이는 차기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혹시 차기 시장이 정치적인 인기에 연연해 백지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 포석'인 셈이다. 실제로 시 내부에선 고 시장이 일찌감치 '차기시장 불출마'를 공언하며 초연한 입장에서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하면서 '외풍'에 휘둘리기 쉬운 정치인 출신 차기시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