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감독이었던 페데리코 펠리니가 1960년에 만든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로마의 퇴폐적이고 나태한 부자들의 정신적 방황을 선동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신문사의 카메라맨인 파파라초가 등장하는데,오늘날 유명인사의 사진을 몰래 찍어 언론에 파는 파파라치(Paparazzi)는 바로 이 영화에서 유래됐다. 파파라치는 사나운 모기나 파리처럼 떼지어 달려드는 벌레를 뜻한다고 하나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서양의 부호나 연예인들은 파파라치에 대해 아주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들의 스캔들이나 프라이버시가 종종 파파라치에게 노출돼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지난 97년에는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센 강변의 터널에서 오토바이로 뒤쫓아 오던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자동차 충돌로 생명을 잃어 큰 충격을 주었었다. 지중해에서 여가를 즐기던 재클린 오나시스의 나체 일광욕 사진이 포르노 잡지인 '허슬러'에 공개된 것도 파파라치에 의해서였다. 이로 인해 재클린은 난처한 지경에 빠졌지만 하잘 것 없었던 '허슬러'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파파라치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져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통법규 위반현장을 촬영해 신고하는 교통 파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를 신고하는 쓰레기 파파라치에 이어,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는 불법선거운동을 고발하는 선거 파파라치가 등장해 크게 활약하고 있다고 들린다. 얼마전부터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불공정 주식거래 신고자에 대해 최고 1백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하자 주가조작과 편법 등을 고발하는 주식 파파라치가 생겨났다. 이들은 '스파라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스톡(stock)과 파파라치를 합성한 말이라고 한다. 파파라치는 준법정신의 고취라는 그 순기능을 생각할 수 있으나,자칫 무분별한 고발로 이어져 불신사회가 조장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측면도 없지 않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