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선전(善戰)과 함께 월드컵 붐이 고조되면서 '레즈 이코노미(Reds Economy)'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팀 응원단의 별명인 '붉은 악마(Red Devils)'에서 유래된 '레즈 신드롬'이 국민 통합과 단결.신바람.열정 등의 경제외적 승수효과를 발휘하면서 한국 경제의 다이내미즘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즈 신드롬'은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하면 된다'는 다이내미즘을 한층 가속화하는 버팀목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에서는 원칙과 비전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이른바 '히딩크식 경영학'과 맞물리면서 임직원을 하나로 아우르는 '신바람 문화'로도 승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즈 신드롬'은 대외적으로도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대외 신인도를 한층 고취시키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팀의 연이은 선전이 '대리만족' 효과를 내면서 '한류(韓流)' 열풍을 한층 가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레즈 신드롬'은 의류 액세서리 등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 푸마코리아는 '붉은 악마' 로고가 그려진 단색 티셔츠 '넘버 원'이 지난 4월중 10만장이 팔려 전년 동월(2만장)에 비해 4백% 늘어났다고 밝혔다. 5월에도 전년 4만6천장에서 올해 22만장이 팔려 3백78%의 폭발적인 신장세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영문 'RED'에 대해 '끈기 있고(Resilient) 열정적이며(Enthusiastic) 역동적인(Dynamic) 한국인의 국민성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는 이색적인 풀이를 내놓기도 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81%가 '우리 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라고 답변하는 등 국민적 자긍심이 한층 고양되고 있다"며 "휴먼웨어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중요해지는 지식경제 시대에 한국인의 단결과 뜨거운 열정은 세계경제 지도를 바꾸는 강력한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역대 정부가 개혁을 추구하면서 국민 통합을 해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월드컵은 우리 국민들에게 한민족, 하나라는 일체감을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레즈 신드롬은 국민의 의지를 하나로 통합시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 수출품의 시장 확대 효과도 가져다 주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기업과 국가 경제의 경쟁력은 체질 개선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월드컵 자체가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