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29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간 정치.경제.안보.에너지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러-EU는 크렘린궁(宮)에서 열린 회담에서 ▲러-EU 관계 개선 ▲정치 대화와 안전 보장 협력 ▲에너지 분야 협력 ▲중동 사태 해결 공조 ▲인도-파키스탄 분쟁 예방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양측은 특히 러시아에 시장 경제 지위를 부여하고 에너지 분야 협력을 더욱 늘려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경제 협력을 더욱 증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회담에 들어가면서 "러시아에 시장 경제 지위부여 계획을 밝히게 돼 기쁘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시장 경제 지위 획득을 도울것이며,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러시아가 시장 경제 지위를 얻으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국제 시장 진출에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WTO 가입을 추진해온 러시아는 EU도움을 적극 요청해 왔다. 러-EU는 그러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 문제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인 칼리닌그라드주는 주변 양국이 오는 2004년 EU에 가입하면 본토로부터 완전 고립돼 주민의 자유 통행이 제한될 것으로 러시아는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양국의 EU 가입 뒤에도 러시아 본토와 칼리닌그라드주간 인적.물적 자원의 자유 통행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EU는 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은 또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도 약간의 이견을 보였다. 프로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국내 유가 문제가 WTO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것"이라며 "EU와 러시아는 현재 적극 협력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또 "EU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원하며, 러시아도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통의 룰이 필요하다"고 말해 러시아 에너지 부분 개혁 필요성을 주문했다. 이날 양측 정상회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로디 위원장, EU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하비에르 솔라나 EU 대외문제 담당집행위원 외에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와 빅토르 흐리스텐코 부총리,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