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몇달 전까지만 해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우주의 지배자(a Master of the Universe)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이제 부시 대통령을 대(對)테러전의 영웅으로 보지 않는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을 미국이 중재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여론을 부시 대통령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미 대통령의 '직무 유기'가 요르단강 서안의 비극을 가져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시는 지금 고립되어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가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에게 강경전술을 구사해온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총리와 손을 잡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을 휴전시키기 위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중동지역에 파견하는 등 제스처를 취했지만 성과는 없다. 이에 따라 세계정세는 바뀌어 가고 있다. 중동사태가 부시의 국제정책의 초점을 바꾸게 하고 있다. 미국의 깃발 아래 그동안 행해졌던 대태러전쟁인 '일방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테러전쟁을 수행하면서 '고독한 평화의 수호자(Lone Ranger)'인 것처럼 행동해왔다. 사실은 미국 뒤에서 일본 유럽연합(EU)등 여러 나라가 군수물자나 의료지원 등을 통해 대테러전쟁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이 끝난 이후 많은 동맹국들은 다음 단계의 전쟁,즉 국경을 넘어 테러리스트를 끝까지 추적하고 이라크 등 적성국가들을 선제 공격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미국의 전략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럽 일부 국가들과 아랍은 부시와 샤론을 호전적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두 사람 모두 외교보다는 폭탄과 총알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부시는 자살폭탄테러를 묵인하고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정부수반 보다 이스라엘에 테러공격을 자행하는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을 물리치는 샤론을 더 선호하고 있다. 현재로선 부시는 대테러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를 공격하려면 광범위한 국제적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딕 체니 부통령이 중동 지역을 방문했을 때 터키 이집트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은 확전에 대해 '노(NO)'라고 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조차도 미국의 지원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유럽도 마찬가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제외한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부시의 핵심측근들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여전히 문제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전쟁이 발생한다면 항공모함과 폭격기만으로도 이라크를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또 지난 걸프전에서 승리를 안겨준 쿠웨이트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볼 때 광범위한 반(反)테러 동맹이란 개념은 '신기루(Mirage)'일 뿐이다. 아프간 전쟁처럼 제2의 반테러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미국의 군사작전에 영국만이 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엘리엇 코언은 "부시 대통령은 국제적 지원이 없을지라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미국이 다음 테러전쟁에서 서방의 도움없이 '홀로'전쟁을 수행할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13일자)에 실린 'The Lone Ranger Return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