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밀루티노비치,로제 르메르,스벤 예란 에릭손….' 축구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감독들에겐 나름대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노하우가 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 역시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의 경쟁력을 몇 단계 끌어올린 명장으로 꼽히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이 경기 결과를 예측할 때 빼놓지 않는 말은 '공은 둥글다.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이다. 하지만 명감독에게 이 말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다. 이들은 능력 있는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인력관리)하고 조직력(경영전략 수립)을 극대화한 뒤 득점(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켜 승리(이윤 창출)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의 리더십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아야 하는 기업 경영자들에겐 귀감으로 삼을 경영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라운드의 심리학자' 보라 밀루티노비치=유고 출신으로 현재 중국 대표팀 감독인 보라 밀루티노비치(58)는 '월드컵 청부사' '미다스의 손' 등으로 불린다. 지난 86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90년) 미국(94년) 나이지리아(98년) 등 그가 사령탑을 맡은 팀은 모조리 월드컵 16강에 올랐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밀루티노비치만의 성공 노하우는 무엇일까. 해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병술에 있다. 그는 중국팀 감독직을 수락한 뒤 중국 전역을 돌며 인재를 찾았다. 연습 때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다. 유능한 최고경영자(CEO)는 능력 있는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눈과 이들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파악하는 치밀함이 있어야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밀루티노비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아트 사커의 조련사' 로제 르메르=프랑스 대표팀의 로제 르메르 감독(60)은 행복하다. 지네딘 지단,티에리 앙리,다비드 트레제게 등 세계 최고의 선수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몸값을 갖고 있는 걸출한 스타를 조련해 무적의 드림팀을 만들어내는 데는 르메르만의 전략·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르메르식 축구는 선수간 창조적 플레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공격수들이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힘 안들이면서도 만들어내는 골은 선수들 개인기와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최고의 인재를 보유한 기업이라도 직원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일류가 된다는 점을 르메르식 축구에서 알 수 있다. ◆'위대한 이방인'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출신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54)이 잉글랜드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 축구팬에겐 '충격'이었다. 하지만 에릭손은 독일을 5-1로 대파한 여세를 몰아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한 압박과 미드필더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잉글랜드는 이제 우승후보 중 하나가 됐다. 에릭손을 사령탑에 앉힌 잉글랜드축구협회의 결정은 우리 기업도 국적 학력 등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CEO를 영입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