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구대표팀이 고성(古城)과 포도밭에 둘러싸여 '유배'나 다름없던 4년 전 프랑스 대회와 비교해 지금은 마치 본토에 있는 느낌이다. 서울 메리어트호텔에 훈련캠프를 차린 미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숙소의 환경과 시설만으로는 월드컵 출전을 위해 다른 나라에 와 있는지 미국 본토에서 훈련중인지 헷갈린다는 것.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숙소와 연결된 검색대만 통과하면 호텔 로비의 제과점에서 갓 구운 빵을 구입할 수 있고 대규모 쇼핑몰에서 세계 명품 정장을 입어볼 수도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같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향유할 수 있는 쇼핑, 문화생활 등을 별 차이없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98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한 바 있는 제프 어구스는 4년 전의 악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에 만족해 하고 있다. 프랑스대회 때 미국 대표팀의 훈련캠프는 리옹에서 25마일 떨어진 보졸레의 12세기 옛 성에서 훈련캠프를 차렸는데 포도밭과 참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서 선수들의 소일거리라고는 거위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시 스티브 샘슨 감독은 선수들이 쓸 데 없는 것에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전원의 분위기를 찾아 캠프를 정했던 것. 어구스는 "당시 TV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월드컵이 개최되기나 하는 지도 모르고 지낼 뻔 했다"고 회상했다. 4년만에 처지가 바뀌어 세계적 대도시인 서울의 강남 중심지 반포의 최신식 호텔에 숙소를 정하게 된 데는 뉴욕 브루클린 태생의 브루스 어리나 감독 취향도 영향이 컸다. 어리나 감독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고립되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의중을 내비쳤다. 한적한 전원 분위기에서 따분하면서도 차분하게 대회 개막을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북적대는 도심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효과적인지 미국 대표팀의 4년만의 실험결과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