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이 변호사 개업 시절 고객사였거나 접촉한 인물이 SEC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속속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일 피트 위원장이 엔론-아서앤더슨 스캔들과 유사한 편법회계감사 케이스로 SEC의 조사를 받은 KPMG 및 제록스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것이 드러난데 이어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소유 회사가 경영 실적을 오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과 관련해SEC의 조사를 받았음을 상기시켰다. 신문은 피트가 트럼프를 만난 시점이 지난 1월SEC와 그의 회사간에 타협이 이뤄지기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이에 관해 확인을 요청한 월 스트리트 저널의 조치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피트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26일 회계감사법인 KPMG의 유진 오켈리 회장겸 최고경영자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KPMG는 고객사인 제록스의 회계 감사와 관련해 SEC의 조사를 받았다. 피트 위원장은 또 지난해 12월 제록스 최고경영자도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 회계와 관련해 역시 SEC의 조사를 받은 제록스는 지난 4월 기록적인 1천만달러의민사상 벌금을 내기로 하고 문제를 타결한 바 있다. 제록스는 피트의 변호사 시절고객사의 하나다. 엔론 스캔들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는 회계감사법인 아서 앤더슨역시 피트의 고객사였다. 빌리 투진 미하원의원의 보좌관은 20일 "피트 위원장이 기업인을 만난 것이 정부 윤리 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님"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이것이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가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촉구했다"고 보좌관은 강조했다. 미 민주당의 일부 의원 및 공직자윤리 단체들은 피트 위원장의 과거 이같은 기업인 접촉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감시 민간 기구인 커먼 코스는 최근 피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압력에 대해 피트 위원장은 앞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한편 백악관측은 성명을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피트 위원장이 직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피트 위원장이 윤리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피트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난봄 SEC 위원장에 임명됐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