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연중 최저치이자 15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장중 급락에 따른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공급우위의 일방적인 공세에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장세가 연출됐다. 전날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전윤철 부총리는 이날 '환율은 경제실상의 반영'이라고 언급했으며 시장은 정부가 환율 하락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는 인식의 틀을 잡았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흐름에 편입됐다. 절대 레벨에 대한 경계감과 함께 외환당국의 대응이 계속 주목을 받고 있으나 1,250원대 환율로의 진입이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17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00원 내린 1,264.80원에 한 주를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2월 28일 1,250.8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개장초부터 연중 최저치 경신에 나섰던 환율은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으로 일시적으로 조정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네고물량의 공급, 역외매도 등이 시장을 강타, 꾸준히 저점을 낮추는 궤적을 그렸다. 일부에서 오후장에 KT관련 공모주청약에 따른 외수펀드(외국인 전용주식형펀드)를 통한 달러공급설이 있었으나 크게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 1,250원대 고려 = 시장은 정부의 인식에 대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원화만의 독자노선이 아닌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과 동조한데다 공급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 1,250원대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방법이 없다"고 운을 뗀 뒤 "기본적으로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계속되나 수입업체나 사지 않아 수급이 기운데다 당국도 구두개입외 하락을 막을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만 약세고 다른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대미수출 비중도 20%정도에 그쳐 수출부담도 크게 없는 것 같다"며 "거시경제 운용상 환율 하락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인식돼 다음주는 1,250∼1,270원 범위를 잡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정부가 온건한 멘트를 날린 것으로 보아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 같다"며 "역외매도와 업체 네고 등과 함께 아시아 통화 강세라는 국제 금융시장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너무 급하게 내려온 감이 있고 연중 최저점이란 점을 감안은 해야 할 것"이라며 "다음주 당국 메시지와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 공급이 예상돼 1,248∼1,270원으로 추가 하향 여지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 개입약효 미미, 달러/엔 반락 =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에 대해 우려하고있다"며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을 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전윤철 부총리가 "현 수준의 환율은 우리경제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발언, '엇박자' 인식을 심어주며 시장에 혼란감을 심어준 탓에 개입 약효는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세를 강화, 127엔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전날 뉴욕에서 경제지표의 악화에도 불구, 증시의 뒷심 발휘로 128.05엔으로 넘어왔던 달러/엔은 이날 오전중 일본 재무성 고위관계자의 구두개입으로 128.14엔까지 오름폭을 키웠다. 그러나 달러/엔은 오후 들어 일본 경기회복 기대감과 닛케이지수의 연중 최고치 경신 등과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의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 확대 기대감 유발 발언으로 반락했다. 달러/엔은 한때 129.91엔까지 도달한 뒤 오후 5시 20분 현재 127.32엔으로 반등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58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4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나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섰으나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70원 높은 1,270.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하락 반전, 달러/엔 반락, 물량 공급 등으로 미끄러지면서 10시 47분경 1,265.4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환율은 재경부의 구두개입을 빌미로 소폭 반등 조정되면서 1,266∼1,267원을 오가는 횡보세를 보인 끝에 1,266.8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66.6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66∼1,267원을 오갔다. 그러나 대규모의 물량 공급 등과 함께 역외매도, 달러/엔의 급락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265원을 뚫고 저점을 낮추며 4시 26분경 1,261.50원까지 흘러내렸다.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70.50원이며 저점은 올들어 최저치이자 지난해 3월 2일 1,259.00원이후 가장 낮은 1,261.50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동폭은 9.00원에 달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8,8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4,92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7,850달러, 1억9,50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265.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