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연중 최저치 경신을 거듭했다. 전날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의 하락 용인 시사 발언에 이어 전윤철 부총리도 이날 '환율은 경제실상의 반영'이라고 언급, 정부가 환율 하락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음을 보여줬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급락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사를 표명했으나 '속도조절용'에 그쳤다. 이같은 하락 추세에 맞춰 업체 네고물량의 공급이 쏟아졌으며 은행권에서도 이에 가세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128엔대로 반등했다가 이날 다시 127엔대 중반까지 미끄러지는 양상을 전개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00원 내린 1,266.8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환율은 재경부의 구두개입 전까지 저점 경신 흐름을 지속했다. 일단 바닥을 확인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보여준 것. 일단 단기급락에 대한 경계감이 증폭된 상황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되나 반등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오후장은 정체된 흐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펀더멘털을 반영한다해도 너무 많이 빠진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단 1,265원이 단단하게 막힐 것 같고 위쪽으로 1,270원 정도까지 반등 조정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어제 막판에 이어 업체 네고물량이 많이 공급됐다"며 "은행권 플레이도 약간 가세했으며 구두개입으로 밑으로 추가로 치고 내리는 것은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오후에 크게 미끄러지지 않으면 저점은 본 느낌"이라며 "달러사자는 세력이 없어 올릴만한 여력도 크게 없기 때문에 주말을 앞두고 막판으로 갈수록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밤새 NDF환율은 장중 연중 최저치 경신을 이으며 1,271∼1273.60원을 오간 끝에 1,272.50/1,273.5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0.70원 높은 1,270.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하락 반전, 달러/엔 반락, 물량 공급 등으로 속절없이 밀리는 양상을 전개해 10시 47분경 1,265.40원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12월 3일 장중 1,263.8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수준. 이후 환율은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을 빌미로 소폭 반등 조정되면서 1,266∼1,267원을 오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반락세를 띠면서 낮 12시 9분 현재 127.52엔을 기록중이다. 일본 재무성 고위관계자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일본 경기회복 기대감과 닛케이 지수의 연중 최고치 경신 등이 엔화 강세를 자극중이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의 악화에도 불구, 증시의 뒷심 발휘 등으로 상승, 128.05엔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79억원, 28억원의 주식순매도를 기록중이다. 나흘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의 관심권 밖인데다 이전에 축적된 순매수자금의 공급이 이뤄졌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