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인구는 대략 4백여만명. 대부분이 50∼70대 장.노년층으로 절반 이상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농부의 20% 정도가 농부증 환자로 진단될 수 있으며 40%는 농부증으로 진단할 만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어버이날이 끼여 있는 가정의 달(5월)을 맞아 농부들의 건강관리상 문제점과 질병예방 및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 농부증의 실체와 원인 =농부증은 육체적 신체적으로 다양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의 하나다. 어지럼증, 퇴행성 관절염, 어깨결림, 요통, 수족감각 둔화, 야간 오줌소태, 호흡곤란, 불면, 복부팽만감, 식욕부진, 뒷머리 압박감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농부증은 1943년 일본에서 처음 명명된 질환이지만 농민들의 경제수준이 낮아 의학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아직도 뚜렷한 원인과 치료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추정되는 농부증의 주된 원인은 △과로 △잘못된 자세로 하는 장시간 작업 △농약 제초제 등 화학물질 등이다. 이밖에 지극히 춥거나 더운 환경에서의 작업, 불량한 영양상태와 위생상태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농부증은 다양한 증상들의 집합으로 나타나지만 국내 여러통계에 따르면 50∼90%가 난치성의 퇴행성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부증이 뇌심혈관계 질환, 신기능부전, 류마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농부증 특성 =농부증으로 고생하는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부모가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는다는 것이다. 병원을 여러군데 찾아다녀도 도대체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 권영준 한림대 성심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농번기에 바쁠 때 장시간 집중적으로 과로하고 폭염이나 비닐하우스 같이 인체에 무리가 오는 환경에서 일함으로써 누적되는 신체적 정신적 피폐가 증상을 유발하게 만든다"며 "농약제초제가 인체에 미치는 독성은 이런 피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밭작물을 재배하면서 쪼그려 앉아 일하는 농부들에게서 논농사를 짓는 사람보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많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또 농부들이 도시인들보다 암이 더 많이 발병하고 치매는 더 일찍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농약에 의한 독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농약의 대부분이 신경세포에 독성을 끼치므로 종양 관련 유전자나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의 경우에는 도시인들이 비만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성인병 형태의 당뇨라면 농민들은 체구가 왜소하면서 피로와 영양불량에 의해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수척형 당뇨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농촌 사람들은 도시인보다 유제품 육류 생선의 섭취가 여전히 부족하고 비타민 철분 칼슘 등이 결핍돼 있으며 염분을 과잉섭취해 골다공증 고혈압 등의 발병률이 더 높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권영준 한림대 성심병원(안양) 산업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