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비리사건과 주가조작 수사 등의 영향으로 투자분위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벤처캐피털들이 신규투자보다는 기존업체에 대한 사후관리와 감사활동에 치중하고있기 때문이다. ◇ 올들어서도 벤처투자는 저조 = 9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산은캐피탈, 한국기술투자, 무한투자 등 4대 창투사의 올해 1∼4월 투자액이 지난해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 창투사가 올 1-4월 투자한 금액은 총 5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566억원보다 2.8%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2000년 동기(2천802억원)보다는 무려 79% 줄었다. 월별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1월 100억원, 2월 200억원, 3월 169억원, 4월 102억원으로 2월부터 지속적으로 투자액이 감소하는 모습이다. KTB네트워크의 김승일 팀장은 "지난해 벤처투자가 극도로 침체됐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벤처투자는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4대 창투사의 올해 투자목표 합계는 3천941억원으로 올들어 4개월이 지났음에도목표대비 14.8%의 투자밖에 이뤄지지 못했다. ◇ 게이트 이어지며 투자의욕 저하 =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를 대표하는 4대 창투사의 투자실적이 이처럼 저조한데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비리사건으로 인한투자의욕 상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진승현 게이트, 최승현 게이트 등 각종 벤처관련 비리사건이 터져나오면서 벤처캐피털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지자 일선 투자담당자들이 신규투자에 극도로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감사인력을 충원한 무한투자의 경우 투자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내부투자시스템의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어 신규투자가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무한투자의 신백규 차장은 "비리사건에 연루될 경우 회사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아래 투자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비리가 적발된 투자기업은 경영진 교체 등 강도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1%였던 코스닥 등록심사 통과율이 올해 54%로 떨어지는 등코스닥 진입장벽이 대폭 강화되고 IT(정보기술)산업의 본격적인 회복이 늦어지는 것도 투자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기술투자의 서정기 팀장은 "벤처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될 경우 벤처산업의회복이 상당히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각종 비리사건의 해결로 투자분위기가 되살아 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