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탁 <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협회 회장 >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최근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 상향 조정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을 1단계씩 올렸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4.8%, 6%의 성장률을 기록,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빠른 경제성장이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구조조정 역사는 미국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물론 지난 89년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부실화 사태와 한국의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요인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후의 대처 방안이나 구조조정의 발전방향에는 약 10년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정리금융공사(RTC)를 설립하고 2천2백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금융위기를 수습했다. 한국은 KAMCO를 통해서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92년부터 투자수익이나 기업구조 재편을 목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한국의 과거 5년간과 현재에 비추어 볼 때 유사점이 많다. 미국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이후 약 10년간의 경제 호황기를 맞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한국도 약 10년 뒤인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제호황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이행해야 한다. 한국도 약 1백5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아직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은 미진하다. 만약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 그 동안의 금융부문 구조조정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가 투자한 회사와 금액만도 9백여개 기업, 2조7천억원에 달한다. CRC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지난 4월 한국CRC협회가 정식 출범했다. CRC협회는 기업구조조정사 제도의 도입을 통해 구조조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세계 기업구조조정 포럼 개최를 통해 한국도 기업구조조정의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CRC를 외국의 투자은행과 같은 정도의 전문투자기관으로 육성시키는데 역량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올해는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국내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통해 기업경쟁력 제고와 공적자금 회수 및 경제회복이라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확립시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