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17일 대통령 경선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민주당의 경선은 40일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의원은 그동안 "경선은 끝까지 간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아침 김기재 원유철 전용학 이희규 의원 등과 만난 뒤 사퇴로 급선회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1분여간 사퇴성명만 읽고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으며 고문직도 사퇴했다. ◇사퇴배경=무엇보다 남은 경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향후 거취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사퇴하는 편이 낫다는 전략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경기 서울 등 세 지역의 경선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텃밭임을 자임해온 경기지역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서울과 부산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노풍(盧風)에 밀려 충청권 세곳을 제외한 전국 9곳에서 노 후보에 1위자리를 내줘 역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였다. 한 측근은 "경선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굳이 들러리를 설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더이상 상처를 받으면 안된다"는 측근들의 설득도 주효했다. 경기와 서울에서 큰 표차로 패할 경우 다음 기회에 재기하는 데도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이다. 전용학 의원은 "박지원 특보의 청와대 비서실장 기용도 사퇴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음모론으로 반격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겨놓은 셈이다. ◇향후 거취=이 의원은 당분간 서울 자곡동 자택에 머물며 정국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스스로 "독자출마는 않겠다.당의 중도개혁 노선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공언해온 만큼 일단 당에 남아 노선투쟁을 계속하며 나름대로 세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후보가 이념에 따른 정계개편을 추진하거나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다시 움직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예컨대 노 후보가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거기에 합류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노 후보와 결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과의 연대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노 후보가 약속한대로 지방선거에서 부산과 울산,경남에서 광역단체장을 한석도 건지지 못하고 패할 경우 '대안'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