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지난 1974년 6월 처음 나온 이후 만 28년간 가공우유 부문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해엔 연간 1억6천만병이 판매돼 6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려 바나나맛 우유 시장에서 80%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에 대해 앞으로 2년 안에 1천억원대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바나나맛 우유는 한국인에게 맞는,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을 만들어낸다는 기본 개념아래 개발됐다. 70년대 초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우유 소비를 장려했다. 그런데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일반 우유를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소화시키기 좋은 가공유"를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고 당시 유제품 업체들은 초콜릿 딸기 등을 첨가한 가공유 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때 빙그레가 착안한 것은 바나나. 당시 고급과일의 대명사였고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바나나를 소재로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대성공. 시장에 내놓자마자 바나나맛 우유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고급우유로 자리잡았다. 이 제품의 성공 비결로는 용기와 맛 등에서 한결같은 이미지를 유지한데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마케팅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바나나맛 우유는 가운데가 불룩한 독특한 용기 모양 때문에 "수류탄 우유" "항아리 우유" "단지 우유" 등으로 불리며 친근감을 쌓아갔다. 용기 소재로는 80년대 후반에서야 일반화된 폴리스틸렌(PS)을 사용,시대를 앞서갔다. 90년대 들어 한때 폴리에틸렌(PE) 용기 사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 우유 용기가 진부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평이 있었다. 이에 빙그레는 용기를 기존 형태와 PE,두가지로 내놨다. 그러나 결과는 기존 "단지 우유" 용기의 승리. 결국 빙그레는 기존 용기를 고수하게 됐다. 90년대 이후 뉴에이지 X세대 N세대 등의 용어가 퍼지면서 바나나맛 우유는 또 한번의 위기를 겪었다. 오래된 제품이라는 인상 때문이었다. 이에 빙그레는 바나나 맛 우유의 브랜드 이미지 확장에 나섰다. "사랑의 메신저"라는 이미지를 정하고 여기에 마케팅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 데이트 장소인 극장을 소재로 한 광고를 만들고 영화 등에 PPL(Product Placement.제품을 등장시킨 일종의 간접광고) 마케팅도 활발히 했다. 2001년에는 실제 연인들의 신청을 받아 "사랑의 기차여행"등 이벤트도 벌였다. 이 이벤트 참여자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형성돼 제품의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이 하고 있다. IMF 이후 실속형 구매가 큰 흐름으로 등장하자 빙그레는 4개들이 묶음 제품을 내놨다. 그 결과 매출은 99년 3백억원대에서 2001년엔 6백5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창엽 빙그레 마케팅실 부장은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해질 경우 품질 자체보다 외적 요소에 치중하게 되기도 한다"면서 "바나나맛 우유는 30여년간 한결 같은 품질과 외형을 유지했고 이 점을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해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