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군부세력이 임시정부에 항명하고 수천명의 차베스 지지세력이 대통령궁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수습의 가닥을 잡아가던 베네수엘라 사태가 다시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측근인 퇴역 군장성들은 13일 수도 카라카스 서쪽 80㎞ 지점 리베르타도 데 마라카이에 기지를 둔 42공수여단의 라울 바두엘 여단장이 "차베스 대통령이 공식사임했다는 증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페드로 카르모나 임시대통령 정부에 대항해 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군장성들은 "2천여명의 특수부대 병력을 거느린 바두엘 장군이 과도정부의 권위를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르모나 정부이 명령에 공개적으로 불복종하는 등 본격적인 항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F-16 공군기지 사령관인 라울 바두엘 대장도 마라카이에서의 임시정부 반대 군부 세력에 가담했다고 한 임시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르모나 임시대통령은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시간이 조금 지난 후 혹은 몇 시간 후에 그는(차베스 전 대통령)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이라며 차베스 전 대통령의 출국 허용을 처음으로 밝혔다. 차베스의 출국 허용은 앞서 군 지도부가 카르모나 임시정부를 지지하면서 제시한 12개항의 조건들 가운데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임시정부 고위관리는 "카르모나 정부가 오늘로 예정된 새 내각의 임명과 출범식을 중단한 채 반군 지휘부와 협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새로 소집된 의회의 윌리엄 라라 의장은 차베스 지지 세력들이 차베스 전대통령이 돌아올 수 있도록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디오스다도 카베요 부통령이 가능하다면 대통령궁으로 돌아와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라라 의장은 대통령궁 인근에서의 시위와 관련, "최소한 20만명의 시민들이 차베스의 석방을 요구했다"며 "페드로 카르모나에 의해 유리된 국가기관의 합법성은 다시 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육군의 고위 장성인 훌리오 가르시아 몬토야 대장도 쿠바 TV 방송과의 회견에서 헌정은 지켜져야 한다며 카베요 부통령은 한달내 선거가 실시되기 전 임시정부수반에 지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쿠바에 주재하는 베네수엘라 외교관들과 군 장교들도 카르모나가 임시 대통령을 맡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쿠바내 베네수엘라 군 소식통들이 전했다. 앞서 차베스를 지지하는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카라카스시내 간선도로를 점거한 채 철야시위를 벌인데 이어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 시위대는 차베스 전 대통령이 자진 사임했다는 과도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구호와 함께 차베스의 복귀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치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플라스틱 총탄을 발사, 충돌이 발생했으며 최소한 시민 3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인권단체와 병원관계자, 목격자들이 전했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차베스 지지 시위에서의 사망자중에는 16발의 총상을 입은 18살의 남자가 포함됐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13명도 대통령궁 인근에서 전개된 시위과정에서 총격을 받아 부상했다. 목격자들은 또 카라카스 서쪽 30㎞의 주거지역 과레나스에서는 시위대가 도로에서 타이어를 불태우고 있으며 전국 곳곳에서 약탈과 소요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내 TV 방송과 라디오 방송 등 언론기관은 대부분 쇼 프로나 멜로드라마 등만 내보낼 뿐 과도정부 반대 군부세력의 발언이나 차베스 지지 시위에 대한 언론보도는 다루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편 헤수스 브리세노 대통령실 대변인은 일부 군부대의 반란소식이 전해진 직후 "차베스의 공식사임서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그가 곧 사임한 뒤 제3국으로 추방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카르모나 임시대통령이 일부 군의 반란과 항의시위속에서 카라카스부근 군기지로 피신했다는 소문과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축출된 차베스 전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100km 떨어진 카리브해의 라 오칠라섬에 있는 해군기지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에 체류중인 차베스 전 대통령의 딸 마리아 가브리엘라 차베스는 이날 쿠바TV방송과 3번째 전화회견에서 "매우 신뢰할만한 소식통으로부터의 전갈"이라며 "아버지는 현재 베네수엘라 부근 카리브해의 라 오르칠라섬에 구금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이후 아버지와 직접통화를 하지 못했으나 임시정부가 언급한 대로 아버지가 자진사퇴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멕시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대통령은 이날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중남미 19개국으로 구성된 리우그룹도 베네수엘라의 `헌정질서 중단사태'를 비난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