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끝내 개혁에 실패할 경우 일본의 경제안정 회복을 근간으로 마련했던대(對) 일본 정책을 새롭게 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제전문 정보서비스인 다우존스가 분석했다. 다우존스는 일본 정부 및 자민당 고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렇게 전하면서 고이즈미 정부의 경제개혁 실패는 부시 행정부에 ▲개혁 마인드를 가진 고이즈미를 잃는것과 함께 ▲일본에 대한 워싱턴의 입김이 약화되는 이중 타격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일본 고위 관리는 최근 워싱턴 방문길에 다우존스에 고이즈미의 인기가 급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올가을까지 고이즈미가 하야토록 거센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대일 정책에서 `외부 압력'을가하는 방식을 지양해왔다. 고이즈미의 개혁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섣불리 개입하는것은 자제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주저앉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클린턴의 방식을 이어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하야할 경우 일본의 경제 회복을 근간으로 아시아에서 장기적인 안정을 추구한다는 개념으로 마련된 부시의 외교 노선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조짐들은 부시 행정부의 우려가 적중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선 고이즈미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고이즈미가 집권한 후 70%선이 유지돼오다 지난 2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을 전격 퇴진시키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급기야 아사히 신문이 이번주 발표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중.참의원 각각 한곳의 보궐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고이즈미 내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민당 소식통은 집권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도 고이즈미를 탐탐하게 생각하지않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자민당 일각에서 `포스트 고이즈미'를 대비한 개각을비밀리에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경우 고이즈미의 획기적 구조개혁정책에 반발해온 세력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걱정과 직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중의원 해산이라는 `극약 처방'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자민당 중진들과 4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이즈미 측근들은 "총리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엄포용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이즈미가 자민당에서 몰리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발언이라는 것이 관측통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존 테일러 국제문제담당 미 재무차관은 5일 다우존스에 "일본 경제가 다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것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일러 차관은 "일본의 성장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기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디플레와 부실채권 문제를 여전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세제를 개혁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금융 구조조정에도 계속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도쿄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