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경기흐름이 80년대말(87∼89년) 경기호황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등 자산가격 급등,건설과 내수소비 위주의 경기부양책, 노사파업 확산, 대규모 체육행사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등 기초를 등한시한 채 단기적인 부양책만 고집할 경우 90년대 초반과 같은 거품붕괴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닮은 꼴 1, 부동산과 주가 과열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최근 수도권지역 3천7백여만평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아산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공급을 늘려 부동산시장 가격을 묶겠다는 발상.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지난 80년대 후반의 부동산가격 급등이후 나온 수도권 신도시개발계획(2백만호 주택건설계획)과 매우 유사하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반증도 된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6개월 사이에 두배 가까이 올랐다. 86년초 150에 불과했던 종합주가지수가 3저호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89년 한때 1,000을 넘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 닮은 꼴 2, 경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80년대말 3저호황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과 당시 정부의 인기 영합정책은 '마이카시대'를 앞당기는 등 과소비시대를 열었다. 이는 소비재 수입 급증을 초래한 끝에 90년부터 무역수지를 적자로 다시 돌려놓았다. 기업들은 땅투기와 주식투자 등 비생산적 활동에 몰두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상승 기대감도 이같은 문제들을 또다시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경련이 조사한 3월중 기업체감지수(BSI)는 141.9로 사상 최대의 상승폭(31.2포인트)을 기록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는 과잉 생산을 낳고 결국 재고 증가->생산활동 위축->경기급락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가계 대출은 부실화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당시의 올림픽과 지금의 월드컵 개최 상황도 비슷하다. 생산성 제고 시급 =2000년 10%를 넘었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지난해 3.4분기 1.6%로 떨어졌다. 기업의 수익력도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경제체질 개선은 물건너갈 수 있다. 최근의 공기업 파업과 민노총의 총파업 결의,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바람 등은 경제의 거품만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