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kang@goodmanager.co.kr 요즘 일본에서는 '노노상속(老老相續)'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자 그대로 노인이 사망을 하면서 갖고 있던 재산이 젊은이가 아닌 노인에게 상속된다는 뜻이다. 필자의 친구는 그 한 예로 최근 92세로 사망한 그의 친척의 예를 들었다. 92세라면 일본인의 평균 수명(80.2세)을 생각할 때 특별히 오래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다. 재산은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상속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92세의 고령자이면 그 배우자 또한 비슷한 수준의 고령자다. 10년넘게 경제가 침체를 계속해오고 있는 일본이 그래도 믿는 것이 있다면 그동안 열심히 일해 모아놓은 가계금융자산이다. 그 규모는 무려 1천4백조엔(약 1경4천조원)으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개인금융자산의 대부분을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금융자산을 운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미래의 성장성보다는 안전지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가계금융자산의 60% 가까이를 은행 또는 우체국에 예금하고 있거나 아예 현금으로 갖고 있다.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에 들어가 있는 부분은 10% 약간 넘을 정도다. 좀 위험하더라도 미래의 꿈을 보고 투자하는 자산은 별로 없고 담보 확실하고 떼일 염려가 없는 곳에 대부분의 금융자산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에는 가계금융자산중 현금·예금의 비중은 10% 조금 넘고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투자자산의 비중이 55%나 된다. 미국인의 기질도 그렇고 증권시장이 발달해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40∼50대가 상당부분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경제 활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은 돈은 많은데 그 돈이 돌고 있지 않아서 고민이다. 돈이 돌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 돈이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층에 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상속 및 생전증여등과 관련된 과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이런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자녀들도 젊어야 50대 후반,대부분은 환갑을 넘은 나이가 된다. 즉 일본의 고령자가 사망을 했을 경우에는 갖고 있던 재산이 거의 확실히 노인에게 상속되는 것이다. 또한 노인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등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일정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도 검토대상이 되고 있다. 사는 동안 일정 소득만 보장된다면 노인들도 자산을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기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