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홍OO 고객님이시죠? 여쭤보신 이번달 결제금액은 32만원입니다. 혹시 자주 가시는 △△골프숍에서 할인이벤트 하는 거 아세요? 그리고 집근처 ○○마트에서 6개월 무이자할부행사를 합니다. 참고하세요. 어제부터 연체료가 부과되고 있으니 빨리 결제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신용카드사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첨단 마케팅이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CRM(고객관계관리)은 카드업계의 화두가 될만큼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다. CRM이란 고객의 특성, 행동패턴 등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분석한 뒤 성향에 맞춘 상품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이다. 카드사들은 주소 직업 등의 기본 정보 외에도 카드사용 정보를 통해 소비패턴이나 행동방식 등 회원에 대한 고급 정보를 다른 어떤 업종보다 잘 분석해낼 수 있다. 회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정보가치로 따지면 카드회원이 최고인 셈이다. 신용카드사들의 CRM은 성숙 단계다. 회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면 신용도에 따라 전화상담원부터 달라진다. VIP에겐 최상의 응대가 이뤄지고 신용불량고객은 그에 걸맞은 상담원이 배정된다. DM과 쿠폰도 회원에 따라 달라진다. 부인에게는 할인점 판촉행사나 무이자할부에 관한 DM이, 남편에겐 외식 할인쿠폰이나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에 대한 안내문이 발송되는 식이다. 우수고객에게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카드사별로 CRM 전략도 다양하다. LG카드는 우량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수수료 할인, 기념일 축하카드, 포인트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카드를 그냥 폐기할 가능성이 큰 신규 회원을 사전에 추출하는 '브레이크-인 모델'을 개발해 조기 판촉활동으로 초기 사용률을 30% 이상 높였다. 삼성카드도 신규회원과 발급 6개월이내 회원의 카드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CRM을 활용하고 있다. 회원가입 초기에 집중적인 1 대 1 마케팅으로 환심을 산 뒤 카드 사용을 유도해 고정고객화하는 기법이다. 또 BC카드는 우수고객 특별관리 프로그램인 'ABC 서비스'를 개발했다. 카드이용 실적과 신용도를 평가한 뒤 연회비 면제, 무이자할부, 수수료 20% 할인 등의 서비스를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카드도 올해부터 새로운 CRM 환경을 구축하고 고객의 카드이용 행태, 라이프 스타일 등에 따른 세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외환카드는 SQI라는 이름의 CRM 마케팅을 도입한뒤 신규 회원의 1개월 이내 카드사용률이 80%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또 현대카드는 전화를 처음 받은 직원이 문의사항에 대해 1 대 1로 끝까지 답변하는 '원콜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카드사들은 CRM 마케팅을 위해 대규모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는 전화와 컴퓨터를 통합한 CTI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펼치는 카드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은석빌딩에 1천7백명의 텔레마케터가 모인 동양최대의 CRM 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