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6일 학교 교육 현실을 바로 알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일 학교체험'에 나섰다. 밀어붙이기식 교육여건개선사업 때문에 공사장으로 돌변한 학교들,컴퓨터 오류로 발생한 수도권 고교 재배정 사태,서울 전학을 위한 학부모들의 교육청앞 노숙사태등 골치 아픈 교육 현안들도 수두룩한 터여서 부총리의 현장체험은 시기적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1일 학생'으로 돌아간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서울 신길6동에 사는 김진이양(18·수도여고 3학년)의 집을 방문,김양과 함께 도보로 등교하는 실습부터 했다. 2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수도여고는 지난 2000년 새로 지은 건물답게 시설면에선 전국 최고수준이었다. 5천2백여평의 부지에 지상 4층,지하 1층짜리 학교 본관에다 선진국 학교 부럽지 않은 생활관,레인 6개짜리 수영장까지 완비하고 있었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맞추기 위한 공사로 어수선한 근처 Y고교와 비교하면 영 딴판이었다. 최낙준 수도여고 교장은 교육 여건이 어떤지를 묻는 이 부총리에게 "시설이나 학생 수준 모두 대단히 좋다"며 "집단따돌림 같은 문제도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0교시 수업'과 1교시 문학수업을 참관한 이 부총리는 학교 시설을 둘러본 후 학부모 5명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한 학부모가 대학 입시와 교실 학습의 괴리를 지적했을 뿐 만남은 의례적인 행사로 끝났다. 하기야 이 자리엔 교장 교감은 물론 담임교사까지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이 부총리의 취지는 백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이 부총리가 둘러본 '수도여고'는 우리의 탈 많고 말 많은 교육 현장의 진면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교 재배정 사태로,또 자녀를 전학시키기 위해 노숙하며 고생하는 학부모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이 부총리 스스로도 수도여고를 떠나며 "너무 좋은 학교를 왔어.좀 허름한 학교를 가봐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역 최고의 교육전문가를 자부하는 이 부총리도 결국 관료들이 짜놓은 '전시행정시스템'에 끌려다니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