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만으로 보면 독자생존을 검토해 볼 만한 상황이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장 시절 "1백28메가 D램이 3.5달러를 넘어서면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고 4∼5달러까지 올라가면 자력갱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모두 4달러를 훨씬 넘어선 상태. 그러나 하이닉스 회생의 기준으로 삼는 가격은 일시적인 가격이 아니라 연간 평균을 기준으로 한 것. 2·4분기 중 비수기에 들어서면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D램 가격이 일시적인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도에 견조한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쪽이다. 가격 오름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도 변수다. 이근영 위원장은 "가격 오름세가 3년 이상 유지돼야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에서 매각에 연연하는 것은 반도체 가격의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D램 사업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규모 설비투자 경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도 독자생존에 부담이 되고 있다. D램 업계는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로 쓰이는 실리콘 원판)를 현재 2백㎜짜리에서 3백㎜짜리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2.5배나 늘어나지만 공장 하나 짓는데 2조5천억원이 들어간다. D램 업체들은 매년 적어도 1조∼2조원 이상을 신규설비 투자에 쏟아넣어야 한다는 게 기업분석 전문가들의 견해.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경우 당장 2조원의 설비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이근영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독자생존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제공하는 수준으로 부채탕감을 비롯한 채무 재조정을 실시하고 1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며 하이닉스가 경쟁업체들의 공세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전문가들 중에서는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폄하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실례로 마이크론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게임기 X박스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인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제일 먼저 인증을 받아 납품하고 있고 하이닉스도 곧 인증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헐값에라도 매각하면 당장 30억달러의 대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돈을 추가로 얹어줘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신 장관은 이같은 채권단의 소극적인 태도와 장기적인 투자자금 부족 가능성을 감안해 일단 독자생존시킨 뒤 매각을 추진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