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총재직 사퇴 시기를 둘러싼 발언이 혼선을 빚으면서 차기 총재 선임를 둘러싼 유럽국가간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7일 내년 7월 9일 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직후에 차기 총재를 돕기 위해선 더 자리를 유지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조기 퇴진 가능성은 배제했다. 관측통들은 두이젠베르크의 이런 발언이 후임자로 유력시되는 장 클로드 트리셰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파산위기와 관련한 사법 조사를 다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란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재무장관 재직 당시 파산 상태에 빠져 있던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위기와 관련, 사실을 호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법당국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ECB 차기 총재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적합치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프랑스 법원은 수주일 안에 트리셰에 대한 정식 재판을 명령할수 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이젠베르크의 후임 문제에 관한 논의가 앞으로 본격화하게 되면 '통합'이라는 정신보다는 주요국들의 자존심을 건 경쟁 심리가 후임 선출 과정을 특징지울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ECB 출범 당시부터 초대 총재 자리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치열한 각축을 벌였고 독일의 지원을 받은 두이젠베르크가 총재에 취임했지만 8년 임기중 절반 만 수행하고 프랑스 출신에 자리를 넘긴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게 프랑스측 주장이다. 두이젠베르크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임기를 전부 채우려한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켜왔다. 그러나 두이젠베르크가 사퇴 시기에 관해 언급을 함으로써 유럽연합(EU) 내부에서 후임 총재 선출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두이젠베르크의 사퇴 계획 발표가 나오자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즉각 후임자는 `정치적 권위'에 의해 임명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재무부는 두이젠베르크의 사퇴 계획은 개인적 결정이며 이는 존중돼야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분석가들은 후임 총재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프랑스가 ECB의 6인 집행위원인 자국출신의 크리스티앵 노이에르의 임기가 끝나면 이미 18인 운영위원회 멤버인 트리셰를 그 후임으로 밀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의 한 분석가는 그러나 트리셰가 집행위에 진입할 경우 임기 말기두이젠베르크의 위상이 흔들리게 되기때문에 다른 국가 출신으로 집행위원 자리가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트리히트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