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러시아의 대규모 증산 시사와 미국의 원유비축 증가에 영향받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내 강경파인 이란은 OPEC의 추가 감산이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도 올해 석유 수요가 소폭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함으로써 유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예고했다. 러시아의 이고르 유스포프 에너지장관은 30일 러시아 의회에 출석해 "감산보다는 대규모 증산을 통해 세계 석유시장을 정복해야만 한다"면서 "이를 통해 아랍의라이벌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가 앞서 OPEC의 압력과 설득에 밀려 원유 수출을 하루 15만배럴 감축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7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이 나라의 석유 생산은 2001년 그 전해에 비해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OPEC의 감산에 동참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 붕괴 후 크게 약화된 세계 석유시장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비밀리에 점유율 상승을 모색해 왔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부는 원유 비축량이 지난주 210만배럴 증가해 3억1천690만배럴에 달했다고 밝혔다. 원유거래 중개사인 GNI의 폴 굿휴 거래인은 "미국의 재고 증가는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이기로 합의한건 사실이지만 쿼터초과생산 관행이 없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30일 아테네에서 이코노미스트지 주최로 열린 석유관련 회동에 참석해 "현재로선 (OPEC가) 추가 감산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본다"고 말했다. OPEC는 역외 산유국들이 하루 45만배럴 가량을 덜 생산키로 하자앞서 약속한 대로 올들어 하루 150만배럴(공식분) 감산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잔가네 장관은 OPEC가 "석유 공급이 달리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유가가 어디까지나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OPEC가 원하는 바람직한유가가 "배럴당 22달러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가는 30일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배럴당 64센트 떨어진 18.60달러에 거래됐으며 서부텍사스중질유도 3월 인도분 선물이 18.92달러로 68센트 하락했다. 아부다비에서 이날 열린 석유관련 회동에 참석한 앵스티튀 프랑새스 뒤 페트롤레(IFP)의 클로드 망딜 회장은 OPEC가 단기적으로는 석유 수입을 극대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도 회복한다는 두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런던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