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이 부실회계 덩어리이다. 분식결산 스캔들로 사실상 파산한 엔론에 이어 많은 미국기업들이 회계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유통업체 K마트,초고속통신업체 글로벌크로싱,전자전기그룹 타이코,에너지거래업체 윌리엄스.. 손실은 감추고 순익을 부풀리는 후진국형 회계조작이 글로벌스탠더드라는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투명한 회계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내세운 세계화의 캐치프레이즈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불투명한 기업회계의 온상이 됐다. 잇달으는 분식 결산=지난해 미국에서 부실회계로 조사를 받은 기업은 1백20개가 넘었다. 조사는 대부분 기업 내부자들의 제보에 의해 이뤄졌다. 뉴욕타임스등 미언론들은 제보가 없는 기업들중에도 분식회계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의 분식회계 스캔들의 물꼬를 튼 엔론은 지난 4년간 담당 회계법인과 짜고 그동안 순익을 6억달러 불리고 손실은 10억달러이상 줄였다. 지난주 미유통업체중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법정관리)신청 기록을 낸 K마트도 회계조작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며칠전 파산보호를 신청한 글로벌크로싱도 부실회계 의혹에 휩싸여 있다. 대형 전기그룹인 타이코는 인수합병(M&A)과정에서 2천만달러를 커미션으로 사외이사에게 지급한 것을 회계장부에서 누락시켰다가 뒤늦게 시인하는등 회계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윌리엄스는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문이 제기되자 결산실적 발표를 연기했다. 금융기관인 PNC파이낸셜은 작년 순익이 이미 발표한 것보다 1억5천5백만달러 작다고 수정 발표했다. 회계조작 스캔들이 잇달으자 지레 겁을 먹고 분식회계를 실토한 것이다. 분식결산은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미정부 기관도 회계조작과 부실한 외부감사의 대상이다. 전미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지난 99년 회계에서 6억4천4백만달러의 경비가 누락됐다. 미국에서 부실회계가 성행하는 것은 회계법인과 기업고객과의 유착때문이다. 회계법인의 주 수입원이 고객사에 대한 컨설팅수수료인 까닭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분식회계를 눈감아 주고 있다. 아더앤더슨의 경우 작년에 엔론으로부터 회계감사 수수료로 약 6백만달러를 받은 반면,컨설팅수수료로는 2천5백만달러이상을 받았다. 실적이 좋아야 최고 경영자의 몸 값이 오르기 때문에 경영진은 분식회계 유혹을 받기 쉬운 기업풍토도 "주식회사 미국"의 부실회계를 부추키는 요소다. 추락하는 미기업회계 신뢰성=이날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2.5%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분식결산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의 주식을 투매했기때문이다. 타이코와 윌리엄스의 주가는 이날 하루사이에 각각 20%및 22%나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어느 기업이 제2,제3의 엔론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때문에 기업들이 실적을 수정발표하거나 제무재표에 없던 새로운 비용을 공개하면 해당회사의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미기업들의 부실회계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회계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퍼스트 보스턴(CSFB)의 주식거래책임자 패트릭 보일은 "투자자들이 주식회사 미국의 제무재표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7-98년 아시아외환 위기때 아더앤더슨등 미국의 5대 회계법인들은 업무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회계법인들에 대해 기업회계 감사의견을 낼때 자신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말도록 요구했었다. 미국회계법인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미회계법인들이 지금 분식회계를 일삼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