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공짜 서비스의 유료화나 수수료 현실화 등을 앞세워 수익원 발굴을 위한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수수료 신설.인상 등은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은행 수익확대 노력이 고객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손해보는 공익성 관행을 깨자 은행권은 최근 수익 보강 차원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금융정보 제공 유료화, 정부 재정이나 기금의 위탁운용 수수료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초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체납자의 예금을 가압류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잔고조회 내역을 해당 영업점을 통해 공짜로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정보제공에 드는 비용은 건당 평균 1천240원의 우편료를 비롯해 업무 원가만도 3천240원에 이른다는 것이 은행측의 계산이다. 은행권은 또 정부 재정이나 기금의 위탁운용에서도 수수료로 얻는 마진율은 0.5∼1.5%에 머물고 있으나 취급비용은 2.0% 이상 소요돼 역마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고려, 마진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공익성을 고려해 공짜나 업무 원가에도 못미치는 이같은 업무를 수행해 왔으나 은행의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더 이상은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입장이다. ◆이익낼 때 미래위험에 대비하자 은행권이 손해보는 공익성 관행 깨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기록적인 당기 순이익을 내는 등 외환위기 이후 영업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또 다시 닥칠 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한 간부는 "저금리속에서 급증한 가계대출의 경우 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 경제상황이 변하면 엄청난 부실이 될 수 있다"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수익경영에 더욱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 또 금융연구원 권재중 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은 예대금리차와 이자수익자산의 확대, 신용카드 수수료수익 급증 등 때문"이라며 "국내 은행의수익력은 이자부문과 비이자부문 모두 선진국 은행에는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신용카드, 신탁, 외환거래, 투신상품, 보험상품 등의 수익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익증대=부담가중'' 고객 우려 은행들이 공공기관에 제공하는 금융정보의 유료화나 재정.기금 위탁운용 마진율인상 등은 모두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은행의 수익증대를 위한 노력이 곧바로 고객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세금 등을 통해 간접적인 부담을 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은행권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개별 기관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등에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등 신중한 대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실화''를 앞세운 수수료 인상은 즉각적인 고객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지난해말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신설한 데 이어 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무통장 입금 수수료를 올리는 등 수수료 체계를 조정할 계획이며 국민은행도 전면조정을 위한 원가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수수료의 상향 재조정이 업무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아 현실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업무원가 산출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동일한 항목에 대해서도 천차만별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업무원가 산출 근거는 은행의 영업력 등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 `영업비밀''에속한다는 입장이나 수수료 인상으로 부담만 늘어가는 고객들에게는 변명에 불과하며이해를 시키기는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시중은행 한 수신 담당자는 "수수료 현실화 추진은 수익증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고객들의 불만을 어떻게 감당할 지 고민"이라며 "고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인상근거 제시나 수수료의 일방적 인상 보다 합리적인 체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