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성대국 건설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투쟁전선''으로 농업부문을 설정한 것에는 식량난이라는 절박한 사정이 배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은 2000년보다 38% 증가한 354만4천t으로 지난 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최소 곡물 필요량에 비해 140여만t 부족하다. 곡물 생산량이 다소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11월 추수 이후 예전보다 20% 많은 하루 250g의 식량이 성인들에게 배급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지만 얼마 안있어 식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모작 작물로 재배되고 있는 보리나 주식 대용작물인 감자 수확 시기인6∼7월까지는 어차피 식량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엔인도지원조정국(OCHA)과 WFP는 이달중 6만7천여t의 긴급 구호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이 저조해 전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올해 들어서도 획기적인 곡물증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우량품종 도입 △감자 증산 △이모작 확대 등 예전의 방안만을 재차 제시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16일자 사설에서 우량품종 개발에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야 하며 감자 증산을 위해 량강도 대홍단군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모작을 확대하자는 방안 역시 인력과 용수, 비료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몇 년째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경지 정리와 개천-태성호 관개수로 공사, 농업의 집약화ㆍ기계화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기존의 방안만을 관철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감소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자력갱생식의 곡물증산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동신문도 곡물 증산을 ''수령님께서 생전에 제일 관심을 가지신 분야'', ''생애마지막까지 전심전력한 문제'' 등으로 지적하면서 농민들에게 "수령님의 유훈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기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운근 박사는 북한이 이모작 확대 등을 통해 봄보리나 감자 등 이모작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비료ㆍ농약 생산량을 감안할 때 오히려 생산량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비료ㆍ농자재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