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25時] (3) '벤처비리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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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에서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온 배경에는 정부의 과다한 벤처지원 정책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0년 초 벤처 거품 붕괴 이후 자금 압박에 시달린 벤처기업들이 정부의 ''눈먼 돈''을 타내기 위해 각종 로비를 펼친 결과가 4대 게이트로 연결됐다는 풀이다.
정부가 각종 지원을 통해 고사 위기에 빠진 벤처업계를 살려낸 측면도 있지만 받는 쪽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긴 역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DJ정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 정부가 내비친 벤처에 대한 관심은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깝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가 단적인 예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은 모두 1백6개, 조성된 자금은 9천9백93억원이었다.
이중 정부가 일부라도 출자해 결성한 벤처투자조합이 77개 8천4백59억원에 이른다.
민간이 단독으로 결성한 벤처펀드는 29개 1천3백34억원이었다.
금액 기준으로 민간의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지난해 벤처기업 지원에 뛰어든 정부 부처는 중소기업청 정보통신부뿐이 아니다.
문화관광부 농림부 과학기술부 등도 앞다퉈 벤처펀드 결성에 나섰다.
국방부도 지난해 80억원이나 벤처기업에 지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벤처기업 지원과 관련된 부처는 12개에 달하며 벤처지원 자금의 종류도 1백개를 웃돈다.
정부의 관심이 이처럼 지대하다 보니 세부적인 지원책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면 창업자금을 지원받고 우수기술로 선정되면 또 다른 후원자가 기다리고 있다.
창업자금이 없다면 기업은행으로 달려가면 된다.
벤처기업에 대한 보증제도는 사실상 특혜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벤처창업평가 특별보증제도, 예비 창업기업에 대한 사전평가 보증예약제도, 금융기관 협약 벤처특별보증제도, 기술우대 보증제도, 회사채 발행보증제도 등에 힘입어 검증받지 못한 벤처기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돈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성격이 강한 프라이머리CBO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CBO를 1조2천억원이나 조성해 주었다.
조점호 대우증권 조사부 연구위원은 "벤처거품이 꺼져가던 시기에 정부의 벤처 지원금이 오히려 늘어나 시장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며 정부 지원의 역효과를 지적했다.
정부의 벤처에 대한 과잉 지원은 기술개발 부진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생존을 위해 연구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이 아니라 자금 확보에 주력하니 기대했던 만큼 기술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패스21처럼 로비를 통해 커 나가는 것이 더 빠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 및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벤처 지원제도 개편에 대해 정부의 직접 지원을 과감히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하고 있다.
변대규 벤처리더스클럽 회장(휴맥스 사장)은 "앞으로 정부의 할 일은 직접 지원보다는 제도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 임원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벤처지정제와 각종 보증제도, 특별 평가제도 등을 모두 없애고 벤처캐피털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엔젤투자자들이 알아서 투자하도록 놔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