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엔론의 회계감사법인 아더 앤더슨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부실감사에다 장부조작,관련서류 불법폐기로 회계회사의 생명인 ''신뢰와 정확성''을 상실한 탓이다. 미국 5위 회계법인인 앤더슨은 지난 몇 년간 엔론의 순익을 실제보다 6억달러 이상 부풀리고 부채는 10억달러 이상 줄였다. 더욱이 문제의 회계자료를 멋대로 파기,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등 미국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누가 문서파기를 지시했으며,누가 당시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등이 당국의 수사 초점이다. 앤더슨은 특히 엔론의 경영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엔론파산을 촉발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앤더슨은 엔론사건 외에도 지난 5년간 여러 건의 회계 스캔들에 연루됐다. 작년에는 사기혐의를 받은 미국 최대 쓰레기처리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에 대한 부실 회계감사로 7백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 금액은 회계법인에 부과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2000년에는 자회사격인 앤더슨컨설팅(현재 이름 액센추어)과 결별,2류 회계법인으로 전락했다. 앤더슨은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다른 회계법인과의 합병을 검토중이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언스트&영 KPMG 딜로이트&투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나머지 5대 회계법인들은 앤더슨을 인수했다가 엔론사태에 휘말릴까 봐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 엔론사건으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불투명한 기업회계를 문제삼았던 미국 회계법인들도 엉터리이긴 매한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식의 글로벌스탠더드도 오점 투성이라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3억달러(10% 증가)의 매출을 올린 앤더슨은 84개국에 8만5천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