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1일 새벽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를 열고 112조5천8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막바지 절충을 벌였다. 여야 간사들은 20일 저녁 자체 협상안 조율을 마친 뒤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오후 10시께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회동했다. 이들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부 항목에 대한 의견조율을 한 뒤자정을 넘겨 예산안조정소위를 시작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순삭감 규모에 대해 5천억-7천억원 규모가 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다만 정부안에서 일부 사업을 넣거나 빼면 변경소지가 있는 만큼 정확한 수치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부문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국채발행 축소와 한은잉여금 추가계상 여부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며 극도로 언급을 삼갔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상임위 삭감의견을 존중, 여야합의로모든 사항들을 의결했다"면서 "특히 남북협력기금 등 쟁점 항목에 대해선 내일 아침에야 결판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간사들은 이미 남북협력기금 등 핵심 쟁점항목에 대한 대강의 절충을 끝내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각각 보고, 내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예결위원장실에 나타난 여야 의원들중 일부는 "이미 큰가닥이 잡혔다"며 느긋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학송 간사는 특히 `합의 처리'를 강조했다. 다만 남북협력기금과 전남도청 이전사업, 전주신공항, 광주김치종합센터 등을 쟁점사항으로 제시하고 "이 부분은 빅딜도 표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부담 완화와 재정건전화 기조유지, 사회간접자본(SOC) 증액, 수출예산 확보를 `예산조정 4원칙'으로 내세웠으며 "예비비는 삭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상은 각 당이 제시한 요구안을 조정한 정부안이 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20일 자정이 지난 뒤 시작돼 2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밤샘협상에서 여야는 주로 남북협력기금 출연금(5천억원), 전남도청 이전비(450억원), 전주신공항(173억원), 광주김치종합박물관(63억원), 특수활동비 삭감 여부를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한나라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남북협력기금 삭감폭에대해 당초 상임위에서 올라온 1천억원 삭감을 고집하다가 막판에 100억원 삭감으로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남북협력기금을 정부안에 가깝게 확보하는 `대가'로 부산남항대교(300억), 부산신항 배후도로(280억) 등 한나라당측 사업비 증액 요구를 상당폭 수용하는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 출신인 민주당 박병석(朴炳錫) 의원과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의원은 이날 지역구 민심을 의식, 충청권 예산따내기에 총력을 기울였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자민련 입장을 십분 감안함으로써 충청권에 대한 예산 배려가 이뤄졌다. 대전 예술의 전당(50억원), 계백로 국도 4호선 건설(100억) 사업 등이 대표적인경우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번 예산안 조정작업이 예년에 비해 비교적 원만하게 타결됐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당초 5조 증액과 10조 삭감으로 큰 격차를 보였으나 경제여건과 내년 양대선거를 앞둔 현실을 존중, 한나라당이 가급적 정치공방 자제를 선언하고 사업중심으로 예산을 심의한데다 민주당도 야당 입장을 고려, 증액요구를 포기하고 삭감으로돌아서는 등 가능한한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choinal@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