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오사마 빈 라덴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탈레반 봉괴에 이슬람 극렬테러망 알-카에다까지 마지막까지 버틴 토라 보라에서 패퇴, 도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의 종적, 생사여부에 대한 추측만 무성할 뿐 믿을 만한 정보는 없어 그는 여전히 '신비'에 쌓여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조차 그가 "동굴에 있다 없다, 도주했다 안했다는 온갖 보고가 있지만 모두 추측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고 존 스터플빔 국방부 대변인도 "누구도 모른다'며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의문부호'라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그의 행방에 대해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 것은 빈 라덴 색출 또는 제거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위한 연막전술일 수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주 무전기 도청에서 잡힌 빈 라덴의 음성이 기존 것과 일치한다면서 그가 동부 스핀 가르 산악지역의 토라 보라 동굴에 남아있으며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알 카에다 전사들이 지도자의 지시에 응답하는 것을 탐지했으며 색출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세계 약 60개국에 세포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알-카에다 특유의 치밀한 네트워크와 파슈툰족이 다수를 이루는 아프간, 파키스탄 산악지형을 고려하면 빈라덴의 탈출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미국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듯하다. 토라 보라 전투에서 동부동맹에 생포된 포로들은 빈 라덴이 아직 아프간 동부산악지대에 있는 것으로 진술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가 이미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주의하고 있다. 특히 일부는 알-카에다가 동부동맹과 투항협상을 진행할 때 이미 빈 라덴이 도주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빈 라덴의 도주가 성공했다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간접경 파키스탄산악이다. 파키스탄은 아프간과 무려 2천240km에달하는 광활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험준한 바위산에 수많은 동굴, 울창한 삼림속에 얽혀있는 수천개에 달하는 좁은 통로로 천혜의 도피처를 제공하고 있고 무엇보다 친탈레반 파슈툰족의 도움이 가능하다. 최근에도 이미 알-카에다전사 수십명이 접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도주, 파키스탄군에 체포된 사례가 있어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빈 라덴이 잠입했다면 가장 난처한 쪽은 물론 파키스탄 정부다. 파키스탄 일간지 '더 뉴스' 카말 칸기자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대로 파슈툰족의도움으로 그가 파키스탄안으로 탈출했다면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테러전쟁에서 미국과 손을 잡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군사정부는 전혀 일어나지 않길 바랬던악몽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만 체첸과 우즈베키스탄 일부 지역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피난처다. 체첸은 지난 1998년 아프리카동부 미 대사관 폭탄테러직후 탈레반이 빈 라덴의 피난처 알선을 위해 접촉한 과거가 있는 데다 알-카에다내에 체첸계 전사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도 아프간에서 페르가나계곡에 이르는 비밀통로를 갖고 있어 빈 라덴의 지원을 받는 지역내 이슬람 무장세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빈 라덴이 이란으로 몸을 숨겼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란은 같은 이슬람이지만 시아파에다 북부동맹의 한 축을 이루는 하자라족과 밀접, 그가 숨어들 수 있는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윤기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