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수사중인 `진승현 게이트'의 파장이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진승현씨 및 그 측근들이 벌인 로비행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검찰수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로비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과 실제 로비흔적이 포착된 시점이 대부분 일치해 우연의 일치로 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진씨는 자신의 계열사인 열린금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1차 검사를 통해 338억원의 불법대출이 적발된 뒤인 작년 1월부터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씨에게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로비자금 명목으로 1억5천900여만원을 건넸다. 열린금고의 2차 감사가 실시된 3월 진씨는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 여러명에게 선거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로 서울 동대문을 민주당 후보 허인회씨는 5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4월 진씨는 스위스계 SPB컨소시엄을 통해 3천만달러를 증자할 것처럼 선전, 단돈 10달러에 아세아종금(한스종금의 전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집중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무렵 진씨는 정성홍 전 국가정보원 과장에게 MCI코리아 법인카드와 현금 5천만원을 제공했으며, 4월말∼5월초 옛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는 진씨 회사에 대한 내사를 벌여 무혐의 종결했다. 또 진씨가 최씨에게 건넨 로비자금 중 1억원도 4월초에 건네졌고, 진씨가 검찰에서 최씨와 함께 신광옥 전 법무부차관을 처음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도 5월이다. 7월들어 금감원은 한스종금에 대해 3개월 영업정치 조치를 취했고, 진씨는 이무렵을 즈음해 정 전 과장에게 10만원짜리 수표로 5천만원을 전달했다. 8월 검찰은 한스종금을 압수수색하고 진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진씨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진씨에 따르면 진-최씨와 신 차관의 두번째 만남은 바로 이 무렵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9월에 한스종금 인수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고, 진씨는 로비역할을 위해 영입한 김재환 전 CI코리아 회장에게 두차례에 걸쳐 1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달 김은성 당시 국정원 2차장은 대검을 방문, 진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고,10∼11월 김 전 회장은 민주당 김모 의원에게 5천만원을, 정 전 과장에게 4천만원을건넸다고 진술했다. 12월들어 진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한 뒤 구속됨으로써 일단 상황은 종료됐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