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화 약세가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경제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당국이 엔화가치 하락을 묵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당분간 엔화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엔화가치가 어느 선까지,그리고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는 점인데 일부에서는 내년 상반기중 달러당 1백30엔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모처럼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는 물론이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한 만큼 엔·달러환율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수준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여러차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가 좀처럼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자, 마지막 카드로 엔화절하가 거론돼왔다. 일본은행이 외국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시중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엔화약세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쪽 반응도 긍정적이라는 최근의 외신보도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그리고 "최근의 엔화 하락세는 그동안 과대 평가됐던 엔화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구로다 하루니코 일본 재무성차관의 발언이 모두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엔화약세는 세계경제의 흐름과도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당장 지난 1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주요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올들어 11번째 인하한 것이 주목거리다. FFR가 40년만에 가장 낮은 1.75%로 떨어져 미·일 금리격차가 무시할 정도가 됐지만, 미국 자본시장으로부터 급격한 해외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미·일 양국의 묵인아래 당분간 엔화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중국경제의 급성장으로 일본측의 산업공동화 우려가 엔화하락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다. 이경우 엔화약세가 본격화 되면 자칫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들이 경쟁적으로 절하하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올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기업들도 중국의 맹추격으로 입는 피해가 적지 않은 마당에 연쇄적인 환율절하로 채산성까지 악화된다면 정말 큰 일이다. 벌써부터 엔화와 원화의 환율이 1 대 10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은 물론이고 외국인 주식투자 위축 등 우리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책당국은 내년에 원화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