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 요즘 핵 테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냉전 초기이래 사상 유례없이 방사성 낙진 대비 가족용 대피소 건설붐이 거세게 일고있다. 대피소 건설ㆍ설계 업자들은 대피소 건설비용을 충당하기위해 심지어 자기 집을 저당잡히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들중 한 업자는 몇몇 일반회사들은 최고 경영진에 일종의 특별 보너스로 이같은 대피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국방 전문가들이 핵전 대비 개인 대피소 건설에 코웃음 치고 이웃들이 머리를 흔들며 낄낄 웃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재앙 대비 의사’란 단체의 회장으로 가족 대피소 건설 촉진운동을 펴고있는 제인 오리엔트 박사는 "사람들이 전보다 나를 덜 미친 여자 취급한다"고 말했다. '레이더스 디펜스 앤드 엔지니어링’이란 대피소 건설업체의 월튼 맥카시 사장은 지난 9.11 대미 테러공격 사건이래 그의 회사가 달걀모양의 섬유유리제 지하 대피소를 종전보다 거의 4배나 많이 생산하고 있다면서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타 쉘터 시스템스’란 또다른 업체의 샤론 파커 여사장도 매출이 4배나 늘어났다면서 "아침 5시반부터 밤 11시반까지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밝혔다. 방사성 낙진 가족 대피소란 개념은 새로운 것도, 미국인들에게만 독특한 것도 아니다. 스위스는 주택 신축시 이같은 대피소 건설을 이미 의무화한 바 있다. 냉전 초기에, 수많은 미국인들이 자기 뒷마당과 지하실에 방사성 낙진 대피소를 지었으며 연방정부는 심지어 설계도면을 제공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지난 1960년대말, 새로운 의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정교한 민간 방어가 오히려 미국이 선제 공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소련의 우려를 부채질함으로써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개인용 대피소가 초강대국들간 핵전의 대재앙으로 부터 보호해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피소 건설업자들은 괴짜 취급을 받기 시작했고 대피소는 소련 붕괴에 뒤이어 더욱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게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11 대미 테러공격 사건이 터졌다. 핵보유국들이 핵 무기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계속 걸지않을 만큼 이성적이라고 치더라도 테러범들에게 까지 이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면서 대피소 붐이 다시 일기시작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테러범들이 재래식 폭탄에 방사능 물질을 채워넣고 터뜨리면 정교한 핵폭탄보다 그 파괴력은 훨씬 약하다해도 환경오염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더러운 폭탄" 공격시 낙진방지 가족용 대피소가 있다면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프링필드(美매사추세츠州) A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