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차관 거절직후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달말로 만기가 도래한 외채상환을 위해 민간연금기금을 국고에 편입시키고 달러화가 암거래되는 등 금융위기로 촉발된 아르헨티나 경제가 혼미를거듭하고 있다. 페소화 평가절하 및 달러 공용화설의 확산으로 지난 6일까지 오히려 약 11% 반등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7일 들어 반락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3.65% 떨어진 244.20을 기록했으며, 국가위험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4천120 베이스포인트(bp)선에 머물면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도밍고 카발로 경제부장관은 이날 IMF 방문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달말로 만기가 돌아오는 15억달러의 외채 상환을 위해 민간연금기금중 일부를 일시적으로 정부가 차용키로 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연말 보너스와 연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 나시온은행이 민간연금업체들이 각 시중은행에 예탁한 기금에 대한 접수절차에 들어갔으나 정부가 차용키로 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금은 민간연금업체들이 정부연금과는 별도로 일반 직장인과 일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오며 축적한 돈인데 정부가 약 35억달러에 이르는 기금에 손을댔다는 소문이 퍼지자 예상했던대로 강력한 항의가 뒤따랐다. 연금생활자들은 나시온은행 앞으로 몰려가 계란과 돌멩이 등을 던지며 "정부는 민간기금에 손을 대지 말 것"을 촉구했다. 현지언론과 일부 외신들은 또 평가절하 및 달러공용화설에 대한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암시장에서 페소화가 10% 가량 평가절하된 채 거래되고 페소화은행예금의 달러화 교체설이 확산되자 페소화 평가절하가 사실상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페소화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번화가인 플로리다거리의 암달러상 주변에서 전날까지만 해도 달러당 1.06∼1.07페소에 거래됐으나 7일 들어서는 1.10페소까지 올라갔다. 페소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려는 시민들은 "정부 발표를 더이상 믿을 수가 없다"며 "페소화가 일단 평가절하되면 초인플레에 시달리던 80년대말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만큼 웃돈을 더 주더라도 달러를 확보해두는 것이 안전할 것같다"고 말했다. 한편 카발로 장관은 IMF와의 재협상과 관련,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밝히고 "정부의 새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합의사항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약속할 경우 일단 거부됐던 12억6천만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명 경제학자인 후안 알레만씨는 "IMF의 추가차관 거부로 아르헨티나는 일단 치명타를 맞았으며, 이는 어쩌면 디폴트선언이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국내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뢰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