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 사는 주부 최경희씨(43)는 집을 옮기기 위해 지난달 30일 삼성이 상도동에서 분양하는 '래미안'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아파트 분양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처럼 많은 인파가 몰릴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부들은 대부분 "래미안이 좋다고 소문이 나 보러 왔다"는 반응이었다. 재개발 아파트 4백31가구중 2백7가구를 일반분양한 상도동 래미안은 청약경쟁률이 무려 1백98 대 1을 기록했다. 삼성의 래미안은 지난 5월 서울지역 5차 동시분양 때도 문정동 33평형이 무려 7백5대 1이라는 아파트 청약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아파트업계 후발주자인 삼성이 아파트에 '래미안'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초. 2년이 채 안돼 래미안은 최고 아파트 브랜드로 떴다. 래미안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신뢰도 고객서비스 재건축희망건설사 브랜드파워 등 4개 부문서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를 사고 파는 사이버 증권시장인 브랜드스톡에서도 주가가 아파트 분야 수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동우씨(40)는 "생활하기 편리한 설계와 세심한 마감처리, 앞선 외관디자인등이 아우러진 결과"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 전략 적중 =삼성이 아파트에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99년. 아파트 이름으로 현대나 청구, 우방 등 회사명을 사용하던 때였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김승민 상품기획팀장은 "당시 '삼성 한국형 아파트', '삼성 사이버 아파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경쟁업체들이 곧 같은 이름을 사용해 일반명사인 한국형 아파트나 사이버 아파트로 장기적 마케팅을 실시하는덴 한계가 있었다"며 "아파트에도 브랜드를 도입해 브랜드 가치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이것이 래미안 탄생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과 공동으로 개발한 래미안(來美安)은 '아름답고 안전한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전략은 적중, 래미안은 아파트 분야 대표 브랜드로 부상했으며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브랜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원하는 설계 =아파트에 단순히 래미안 브랜드를 붙이는 것만으로 브랜드력(力)이 생기는건 아니었다. 삼성은 래미안 브랜드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세대 생활디자인과 박영순 교수팀에 용역을 주어 고객의 니즈를 세심하게 조사했다. 박 교수팀은 서울시내 대표적 아파트 3백가구를 대상으로 수납실태, 난방, 화장실,환기시스템 등 고객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구석구석 살폈다. 예를 들어 30평형대 아파트 생활자들은 남자와 여자 신발이 각각 평균 몇컬레고 운동화는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릇은 몇개나 보유하는지까지도 확인해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박 교수팀은 고객이 '수납이 편하고 조용하고 따뜻하면서도 관리비가 적게 드는' 아파트를 가장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래미안이 추구해야할 방향이 정해진 셈이었다. 당장 설계부터 뜯어고쳤다. 확장 신발장, ㄱ자형 전용발코니 창고 등을 채택,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해 수납공간을 최대한 넓혔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문짝 두께를 다른 업체의 36~38mm보다 두꺼운 45mm 이상으로 바꿨으며 문틀 사이를 실(seal)로 봉했다. 방별 개별난방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싱크대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고 떼면 그치는 절수형 페달밸브를 달았다. 호텔처럼 외출할 때 문옆 스위치만 내리면 냉장고등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 전원이 전부 꺼지는 일괄소등시스템도 적용했다. 찬 공기가 막바로 실내에 들어오면 난방비가 더 든다는 점을 감안해 찬 공기가 들어올때 실내에서 빠져 나가는 따뜻한 공기를 거치도록 하는 데까지 신경을 썼다. 각 아파트 동마다 햇볕이 가장 잘 들어오게 하기 위해 일조량 체크 컴퓨터시스템도 개발, 설계에 적용했다. 부동산 전문지인 부동산뱅크의 김우희 편집장은 "래미안은 우선 위치가 좋고 고객이 원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며 "세미나나 전문가포럼, 고객과의 모임도 자주 열어 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것이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1 대 1 마케팅 =래미안 성공의 또다른 비결은 바로 고객을 대상으로 한 1 대 1 마케팅이다. 삼성물산은 주택업계 처음으로 CRM(고객관계관리)팀을 운영중이다. 이 팀은 고객이 원하는 걸 추출해 이를 아파트 건축에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고객 데이터를 기초로 과학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CRM팀 한호석 과장은 "현재 28만명의 고객 데이타베이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