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동향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유가는 저금리와 함께 30여년만에 동시불황에 빠질 위기에 처한 세계경제를 지탱해주는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당장 우리경제만 봐도 유가하락은 교역조건 개선과 국제수지흑자 지속은 물론이고 수입물가 안정에도 큰 힘이 되고 있으며,결과적으로 정부당국이 경기부양책을 펴는데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산업 차원에서도 9·11 테러사태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외 항공업계에 백만원군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제유가 움직임이 불안하다는데 있다. 유가는 테러사태 직후 급등세를 보였으나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항공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비회원국들의 참여를 조건으로 하루 1백50만배럴 감산을 결의하자, 시장점유율을 놓고 원유가격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한때 서부텍사스 중질유(WPI) 가격이 배럴당 17.3달러,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산 중질유는 15.9달러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이 바닥세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비축유 매입이 늘어나자 유가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향후 유가전망은 단기적으로 OPEC과 러시아 간의 줄다리기에 달려 있다. OPEC은 올들어 세차례의 감산조치로 산유량을 하루평균 3백50만배럴 줄인데 비해 러시아는 오히려 50만배럴을 늘려 9월말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유국으로 부상했다. 현재 OPEC의 산유량은 하루평균 2천4백만배럴로 시장점유율이 30%선에 불과하지만,중동지역의 산유원가가 비OPEC 산유국들에 비해 훨씬 더 낮기 때문에 OPEC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1986년 때처럼 극단적인 가격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옳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대응방향은 분명하다.유가가 바닥세인 지금 원유비축량을 최대한 늘리는 동시에 기름소비를 절약하고 에너지이용 효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협약이 시행단계에 접어 들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는데,그러자면 어차피 화석연료인 석유소비를 줄여야 할 판이다. 이점에서 볼 때 석유류 제품에 각종 세금을 중과하는 정부시책에는 나름대로 명분이 없지 않다.그러나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제유가 하락폭을 감안해도,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좀더 내릴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