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자 이를 두고 대세상승이냐 유동성장세냐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미국의 테러사건 이후 주춤하던 세계 증권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시장의 움직임도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국면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항공기 추락사고가 일어나 약세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안정된데다 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이 알려지자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말까지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증권전문가들이 지수가 꾸준히 오르자 잇따라 대세상승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아직은 단기적인 상승에 그칠 것이란 유동성 장세파와 대세상승파가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대세상승은 아니지만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를 수도 있다는 중기 시세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세 상승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경기순환 측면에서 올해 3분기와 내년 1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기록한다면 지난 9월이 주가저점이라고 분석했다. 주가가 경기변동보다 3~6개월 앞서 움직이는 속성 때문이다. 지난 84년 이후를 살펴봐도 주가는 경기저점보다 한발 앞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다른 전문가는 우리경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최근의 주가상승폭이 큰 편이지만 경기 회복을 감안할 때 추가상승할 여지가 많다는 주장이다. 한국 기관투자자와 개인들이 주식을 파는 것은 종전의 고도성장기 체질을 벗어나지 못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90년대의 경제성장률 7~10%를 잣대로 삼아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 현금흐름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데다 지난 주부터 국제 반도체 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대세상승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년에 일시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는 620선에서 제대로 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유동성 장세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최근의 장세는 상승이 제한된 유동성 장세라며 무엇보다도 실물경기 회복의 신호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다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 주장의 배경이다. 또한 98년에 비해 국제 유가가 아직은 높고 뚜렷한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는 것도 일시적인 유동성 장세의 증거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아직도 높게 평가돼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고 상승기간이 1년 이상 지속돼야 대세상승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추세가 지수 1,000포인트를 넘는 대세 상승으로 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수준일 뿐 아직 본격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일본 중남미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정체된 정보기술(IT) 산업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도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최근 3년간 전체 거래량의 70%가 700선 위에 포진해 있으며, 이번 장세의 한계는 종합지수 693~765포인트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