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단일업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고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온 섬유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고기술.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후발개도국들은 값싼 생산비용을 활용한 가공무역, 공정간 분업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있는 가운데 국내 섬유산업은 '어정쩡한' 기술력으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특히 곧 현실화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5년 섬유무역 자유화, 국제분업 구조의 재편 가속화 등 세계 섬유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외적 변화도국내 업계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오는 9일 제15회 섬유의 날을 맞아 국내 섬유산업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본다. 선진국 종속형 구조 심화 = 국내 섬유산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한중.저가 범용품의 대량생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과 디자인.패션 등에서 선진국 종속형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소품종 대량생산과 범용품 위주의 수출구조이기 때문에 대외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또 소비자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기획력이 부족하고 생산품목이 전문화 또는 특화되지 못해 범용품의 과당경쟁 요소가 항상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첨단 기술력도 부족해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80% 정도이고 신소재, 염색가공 등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핵심기술이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산업용섬유의 경우 전 세계적인 수요가 매년 5.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국내 업계의 산업용섬유 기술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 중국, 동남아 국가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국내 섬유업계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은 장기발전 계획에 따른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로 섬유산업 분야에서 산업기반과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확보하고 있고 임금도 시간당 0.69달러 수준으로한국보다 8배 낮아 원가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체계적 핵심기술 개발이 관건 = '그렇다면 국내 섬유산업의 미래는 없는가' 전문가들은 산업용섬유 등 체계적 핵심기술의 개발과 패션.디자인력 제고, 품목별 산지 집적화, e 비즈니스를 통한 생산.유통체제의 개혁 등을 국내 업계가 노력해야 할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 향후 세계 섬유시장은 제품의 질,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2005년 섬유무역 자유화로 섬유쿼터체제(MFA) 아래에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섬유산업이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감성 및 고기능성 소재 개발, 첨단 자동화기술 도입 등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침체와 동남아, 중남미 지역의 정치.경제 불안으로 수출여건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기술집약화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