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참사와 탄저균 위협으로 미국 기업들이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근무환경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변화의 방향이 중앙집중적 근무체제에서 분산형 근무로의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테러환경'이 재택근무와 원격지 업무처리 체제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물결에는 선 마이크로 시스템, 시스코 등 정보통신(IT) 메이저들이 선두에 서 있지만 생활용품 분야의 거목 프록터 앤 갬블(P&G)도 빠지지 않고 있다. 캔자스시티 전화 안내회사 ARO 콜 센터처럼 공익 성격의 기업체나 건강보조용품 회사 엠파이어 헬스 초이스 등 다양한 제조업체들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엠파이어 헬스 초이스는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1천900명의 직원들을 '플래툰 시스템'으로 근무토록 했다. 맨해튼에 6곳의 임시 사무실을 마련한 이 회사는 종전의 중앙집중 근무방식을 버리고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필수인원만 교대로 회사에 나오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의 케네디 클레퍼 부회장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꼭 들어 맞는다. 예전엔 거부감이 있던 근무방식이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시 세계무역센터에 본사가 있던 모건 스탠리도 변화를 겪고 있다. 3천700명의 본사 임직원들이 모두 한 장소에서 일하는 체제에 익숙해 있던 이 회사는 자사 소유빌딩을 리먼 브라더스에 팔고 대신 분산형 사무실을 모색중이다. P&G는 새로운 근무체제가 부동산 구입.임대비용을 줄여 최대 3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텔레워크', '호텔링', '핫 데스킹' 등 분산근무 관련 신조어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트리뷴 지는 미국내 컨설턴트들이 이같은 근무 패러다임의 전환을 중세 길드체제와 산업혁명기 이후 최대의 변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보다 먼저 PC와 노트북 컴퓨터가 보급됐을 때 이같은 변화가 예상됐지만 정작 기업들은 '대면접촉'이 갖는 업무의 효율성과 성취동기 진작 등을 내세워 변화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반면 가공할 테러의 위협이 몰고온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 컨설턴트는 "'주식회사 미국'이 마침내 종전과 다른 작업장 전략을 채택하고있다"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