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시장 유연성 저해 법.제도 전면개혁 시급 ] 남성일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지난 십수년동안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규제완화와 노사관계의 집단주의를 타파하는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인프라의 재구축을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중 정반대의 길을 걸어 왔다. 근로자 보호주의와 집단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의 법적 규제가 심화되어 왔다. 정치적 조합주의의 확대로 사회적 규제도 심화됐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의 핵심은 두가지다. 규제에 따른 경직성및 정치적 조합주의 노사관계다. 우리 노동법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십수차례에 걸쳐 개정돼 오면서 근로자 보호와 집단주의를 확대해 왔다. 예컨대 국민연금제와 고용보험을 도입해 퇴직 후 소득 보장장치를 갖추게 되었음에도 법정퇴직금제도는 그대로 존치시켜 기업의 노동비용을 상승시켰다. 그런가 하면 유니온을 인정하고,98년 법개정에서는 정리해고를 인정하면서도 노조와의 강제적 협의를 강화함으로써 고용조정의 실효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이렇게 법에 의해 주도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개별 근로자및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생산성을 이탈한 고비용구조는 외환위기를 부른 허약한 기업체질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자 기업들은 신규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된 정치적 조합주의는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집단적 대립관계로 만들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개별 기업단위에서는 노사갈등을 겪으면서도 나름대로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깨닫고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상급단위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명분경쟁으로 노사관계가 오히려 전투적이 되는 이원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사회적 합의라는 명목으로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즉 노조가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는 철저히 투쟁으로 대응하고,사회적 합의추구에 대해서는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노사정위원회는 협의기구가 아닌 노조의 전략구사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허약한 노동시장 인프라 재구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세가지다. 첫째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포함한 노동관련법을 폐지하고 다시 쓰는 차원으로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노동법은 근로자는 최대한 보호돼야 하며 고용관계는 정규직이 최선이라는 편향되고 낡은 가정위에 서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근로자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하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기간만큼 인력을 쓰는 고용관계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새로운 노동법은 따라서 기업과 개인의 자유계약을 존중하고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촉진하며 집단적 단결권 못지 않게 단결하지 않을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 둘째 실패한 사회적 합의실험인 노사정위원회를 폐지하고 근로조건 결정체계를 집단주의로부터 개별주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와 같은 개혁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보다 결집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위상과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환경을 인식하고 기업들은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 등을 조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