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전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렇다. 트리플보기는 물론,더블파도 심심찮게 저지르면서 스코어가 엉망이 되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이면 내 자책은 걷잡을 수 없었다. 입은 3㎝나 나와있고,내쉬는 한숨 때문에 샤워실 욕조물이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것도 골프냐? 이 타수 치자고 새벽에 잠 안자고…' 자책은 점점 번져간다. '골프 잘 쳐서 뭐에 쓰려고? 골프를 모르고 살 때가 좋았다. 내가 이 골프를 끊든가해야지' 누가 스코어라도 물을라치면 "묻지 마세요.알고 싶지도 않아요"라고 말하거나,10타씩을 빼고 주저주저 말해주곤 했다. 그러다가 7일 전 라운드였다. 그날은 뭐에 홀려서일까? 지난 두세달간의 부진을 만회라도 하듯 어찌나 볼이 잘 맞았는지 모른다. 드라이버샷이 뻥뻥 나갔다. 내가 친 샷에 스스로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이언샷은 어땠는가? 좌로,우로 부챗살 타법이던 아이언샷이 착,착 헤드에 감기는 가벼운 소리가 나면서 무조건 직진이었다. 그날 샷을 한 후,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오는 내 표정을 두고 동반자는 이렇게 말한다. '교장 선생님께 표창장 받고 교단 내려올 때의 경직된 학생 얼굴'이라고. 그렇게 으쓱해진 플레이 이후 달라진 나를 보자.누가 볼까 숨겨놓던 스코어 카드를 보란 듯이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섭섭할 뿐이다. 그러고서는 그 동안 실력이 비슷했던 사람들에게서 전화라도 오면 골프 얘기부터 한다. 이메일에도 그 내용은 꼭 쓴다. 하늘을 보면서는 큰 소리로 들으란듯 외친다. "아∼이 좋은 날,일해야 한다니….내 채들이 운다"하며. 어찌나 단순하고 허풍스러워졌는지…. 불과 일주일 전,골프 끊겠다던 여자는 어디 갔는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잘 맞으면 목소리 커지고,안 맞으면 기죽어 한숨 쉬고…. 나는 몇 해째 이렇게 단순하게 살고 있다. 골프 덕분에-.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